[오늘과 내일/김유영]文 정부 김수현의 신박한 부동산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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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설계자로 알려진 김수현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최근 '부동산과 정치'라는 저서에서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못 잡았다. 그냥 못 잡은 정도가 아니라, 두 배 넘게 뛰어버린 아파트 단지가 허다했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규제로 집값 상승을 주도한 그를 문재인 정부가 중용한 데엔 "더불어민주당 주류에겐 '참여정부는 성공한 정부인데, 보수가 발목 잡아 잘못 평가됐다. 노무현이 옳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김수현이 적임자로 보인 거다"(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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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가 집값 급등기에 집권한 것” 변명
그런데 부동산 실패의 핵심 원인으로 그는 저금리와 유동성 폭증을 꼽았다. 대출 규제를 더 강하게 더 일찍 못 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를 못해 집값이 올랐다는 것. 코로나19로 유례없는 돈 풀기가 벌어졌다고도 했다. 그는 “집값이 (자신의 청와대 재임 기간인) 2019년까지 선방했지만 이후 폭등은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고 한탄했다.
과연 돈이 많이 풀리기만 해서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했고 청와대에서 나온 뒤 집값이 올랐다고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이쯤에서 그가 깊숙이 관여해 대출 세제 청약 규제를 노무현 정부 수준으로 때려박은 2017년 8·2대책을 복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실수요자까지 잠재 투기자로 보고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주택담보대출을 크게 조였고 서울서 국민평형(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는 청약 점수 순으로만 공급해 2030세대를 좌절시켰다. 이들은 훗날 청약포기자가 되어 구축 아파트로 몰려가 패닉바잉을 주도했다. 서울 아파트 공급은 여전히 부족했지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부활해 서울 도심 재건축을 틀어막았다.
이듬해인 2018년 그가 관여한 9·13대책은 또 어떠한가. ‘주택 수’에 집착해 다주택자에게 종합부동산세를 중과, ‘똘똘한 한 채’ 선호를 강화해 강남 집값을 밀어올렸다. 임대사업자에게 전년에 줬던 세제 혜택을 거둬들여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그의 말마따나 청와대 재임 기간 선방했지만, 고강도 규제로 공포에 빠져 숨죽였던 것일 뿐 그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났다. 이듬해 자사고 폐지 등으로 강남 등 학군지 수요가 높아지며 집값이 꿈틀대기 시작해 패닉바잉이 현실화됐으며 임대차법 시행 등으로 집값은 무방비가 됐다.
코로나19로 각국이 금리를 낮췄다지만 서울처럼 특정 도시 아파트값이 단기간 무섭게 오르며 ‘보통 사람들’을 화나게 한 나라는 없다. 그 집값이 오른 토대를 만든 사람이 “공직을 떠난 시기 일이라 짐작만 할 뿐이지만, 경제 전체에 대한 고려가 부동산 금융 규제를 주저하게 만들었을 것…안타깝다”고 유체 이탈 화법을 쓸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도 규제로 집값 상승을 주도한 그를 문재인 정부가 중용한 데엔 “더불어민주당 주류에겐 ‘참여정부는 성공한 정부인데, 보수가 발목 잡아 잘못 평가됐다. 노무현이 옳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김수현이 적임자로 보인 거다”(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라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김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니 집값이 올라갔다기보다 집값 상승기에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게 된 것”이라고 실패를 두둔했다. 통렬한 반성을 가장한 졸렬한 변명이다. 더 좋은 동네, 더 좋은 집에 살고픈 보통 사람들 욕구를 공급으로 채워주기보다 규제로 짓누른 것은 자신은 강남 아파트 살면서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 필요 없다”는 문재인 정부 어느 인사의 발언과 다르지 않다. ‘평산책방’ 주인 문 전 대통령은 ‘부동산과 정치’를 추천하며 “나의 소회와 같다”고 했다. 자기반성이 없다면 같은 실책을 되풀이한다. 과연 부동산을 누가 정치화한 건지, 그 책임은 어떻게 질지, 보통 사람들에게 자산 축적의 희망을 어떻게 찾아줄지 되묻고 싶다.
김유영 산업2부장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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