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는 안 되고 e스포츠 선수는 된다?”…금메달 병역면제 또 논란
병역특례 갑론을박 여전
성악 판소리 인정하면서
대중가수 제외 이해안돼
8일 체육계에 따르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축구과 야구 대표팀 대부분 선수들이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 됐다. 축구대표팀의 경우 22명 중 군 면제와 병역 이행 완료 등 2명을 제외한 20명, 야구 대표팀은 19명이 병역특례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병역특례를 받게 된 것은 국위선양에 기여했다는 공로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위선양이라는 잣대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1973년 도입된 병역특례제도는 세계무대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한국을 스포츠를 통해 알리기 위해서 마련됐다. 예술인과 체육인이 경력 단절 없이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이뤄졌다. 이에 따라 특정 자격을 갖출 경우 기초군사훈련만 받고 사회로 복귀해 34개월 동안 각자의 분야에서 일하면서 사회공헌활동 544시간을 이수하면 병역의무를 마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국가 위상을 드높인 만큼 병역특례가 주어져야 한다는 입장과 군 면제는 과도한 혜택이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다.
이정학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는 “체육인 입장에서는 병역 특례가 좋은 성적으로 국위선양 한 데 따른 혜택이자 보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난 만큼 이제 선수들이 병역 특례를 주지 않아도 개인의 성장과 기량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직장인 신 모씨(35)는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고 병역특례까지 주는 건 군대를 가야 하는 다른 남성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한 모씨(33) 역시 “정부에서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다고 하는데 항상 보면 군대는 어려운 형편이나 건강이 안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이 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형평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영화·음악계 등에서 종사하는 예술인에게도 병역특례를 부여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국제사회에서 활약하며 한국을 알리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이들에 대해서는 군 입대로 인한 활동의 제약을 최소화해 줄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방탄소년단(BTS)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관광문화원이 지난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이 콘서트 1회를 개최하였을 경우 경제적 파급효과가 최소 6197억원에서 최대 1조 220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일각에서는 “성악, 판소리는 그대로 두고 대중가수는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병역특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그 대상은 점차 줄고 있는 양상이다. 가령 예술분야의 경우 2008년만 해도 148개 대회에 대해서 병역특례를 인정해줬지만, 올해는 병역특례를 인정해주는 대회가 36개로 크게 쪼그라든 상황이다.
국회에 따르면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대중문화예술인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들 법안들이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사안을 둘러싼 쟁점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설문조사를 통해 2019년 예술체육요원 등 대체복무제도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를 내놨지만 구체적 결론에는 도달하지는 못한 상태다. 국방부가 19세 이상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체육 특기자에게 병역특례를 주는 것에 대해 적절하다(55.6%)는 응답과 부적절하다(44.5%)는 응답이 팽팽하게 맞섰다. 적절하다고 답변한 이들 중에서는 국위선양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답이 가장 많았고, 부적절하다고 답변한 이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을 반대 이유로 가장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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