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 연상캐 한 김혜성의 수비 "허구연 총재 목소리 합성? 재밌게 봤어요" [MD인천공항]

인천공항 = 박승환 기자 2023. 10. 8.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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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28일 인청공항에서 중국 항저우로 출국하는 야구대표팀. 김혜성./마이데일리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김혜성./인천공항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박승환 기자] "재밌게 봤어요"

류중일 감독이 이끈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은 지난 8일 금메달 결정전에서 대만을 2-0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수확, 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이날 인천공항은 팬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은 전날(8일) 금메달을 목에 건 야구 대표팀은 물론 축구 대표팀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일정을 모두 마친 양궁 대표팀까지 모두 입국한 까닭. 당초 야구와 축구 대표팀은 같은 게이트로 나올 예정이었는데, 운집한 팬들로 인해 안전사고가 일어날 것을 고려해 게이트를 나눠서 나올 정도였다.

한국은 지난 8일 매우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B조 조별리그에서 대만을 상대로 0-4의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슈퍼라운드에서 일본과 중국을 차례로 무너뜨리며 금메달 결정전 티켓을 손에 넣었고, 다시 만난 대만을 상대로 '수모'를 되갚는데 성공했다. 결승전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승부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이유는 심판 때문이었다.

한국은 마무리로 고우석을 투입했는데, 1사 1루에서 대만의 '4번 타자' 리안커에게 던진 스트라이크성 볼이 모두 볼 판정을 받으면서 고전했다. 1B-0S에서 2구째 스트라이크가 볼 판정을 받자 헛웃음을 감추지 못했고, 3구째가 볼로 선언되자 마운드에 주저앉으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고우석은 리안커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1, 2루 위기에 몰렸는데, 마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연상캐 만드는 장면으로 경기를 매듭지었다.

고우석은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 소속의 우녠팅이 친 타구가 2루수 방면으로 굴렀는데, 이 타구를 김혜성이 잡아낸 뒤 2루로 향하던 1루 주자를 태그 아웃, 타자 주자까지 병살타로 잡아내면서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쿠바와 결승전에서 정대현이 병살타로 금메달을 확보하는 장면과 흡사한 상황이었다.

2023년 9월 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과 상무의 연습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야구대표팀 류중일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마이데일리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김혜성./마이데일리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김혜성./마이데일리

이 수비에 류중일 감독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령탑은 MVP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김혜성과 투수에서는 문동주"라며 "(김)혜성이가 결승전 전까지는 잘 못했지만, 결승전에서 잘해줬다. 혜성이는 KBO리그 최고의 내야수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아주 잘해줬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혜성은 "주장으로서 국제대회를 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이런 점에서 새로움이 있었고, 너무 행복했다"며 류중일 감독이 MVP로 꼽았다는 말에 "과찬이시다. (박)세웅이 형부터 막내 (장)현석이 (김)동헌이까지 모두가 한 마음으로 한 것이 잘 됐다. 전력분석 형들이 준비를 잘해주셔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활짝 웃었다.

계속해서 김혜성은 "시상식에서 메달을 수여할 때 등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비행기를 타고 와서 모든 분들이 볼 때마다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그때 실감이 나고 행복했다"며 팬들이 공항에 많이 왔을 것 같았냐는 질문에 "네"라며 "축구 대표팀, 양궁 대표팀도 함께 왔기 때문에 당연히 팬분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활짝 웃었다.

2023년 9월 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과 상무의 연습 경기가 열렸다. 대표팀 2루수 김혜성이 수비하고 있다./마이데일리
2023년 9월 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과 상무의 연습 경기가 열렸다. 대표팀 정우영이 1이닝 무실점 투구를 한 뒤 김혜성과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마이데일

우승을 거두는 과정이 쉽지 순탄치 않았기 때문에 감동은 배가 됐다. 김혜성은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대만전에서 지고 속상한 마음이 컸다. 그런데 양현종 선배님, 박병호 선배님, 허경민 선배님 등 연락을 많이 주셔서 '주장이니 잘 이끌어라. 아직 안 끝났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좋은 생각을 많이 했다. (이)정후도 '우리도 똑같이 대만에게 1차전에 졌다가 우승했다'고 해줘서 모두 으쌰으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만전 9회말 마지막 장면을 돌아보면 어땠을까. 김혜성은 "1아웃 1, 2루였고, 좌타자였기 때문에 80% 이상은 내게 공이 오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땅볼이 와서 내가 직접 (태그를) 하고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2008년과) 같은 생각이 드셨다면 정말 영광인 것 같다"며 "공을 던지는 순간 '어?'했다. 생각보다 손목이 더 써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히 부정확하게 가지는 않아서 좋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혜성은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허구연 총재의 '대쓰요' 목소리가 합성된 영상도 이미 접했다. 그는 "(허구연 총재의 영상을) 재밌게 봤다"고 웃었다. 김혜성은 자리를 비우는 동안에도 KBO리그 '최다 안타'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그는 "일단 정규시즌 남은 경기에 다 나갈 것이다.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기에 나가서 열심히 뛸 것이다. 하는 데까지는 끝까지 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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