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찾았다, 20세 국대 에이스
2008 올림픽 류현진·김광현처럼
한화 문동주, 차세대 1선발 입증
AG 2경기서 구위·멘털 모두 최강
최지민·박영현까지 ‘트로이카’
류중일 감독 “한국 야구의 미래”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의 금메달을 이끈 건 약관의 ‘원투펀치’였다. 당시 21세였던 류현진(현 토론토)이 결승 쿠바전에서 8.1이닝 2실점 역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막 20세였던 김광현(현 SSG)은 준결승인 일본전에 선발로 나와 8이닝을 2실점으로 틀어막고 역시 승리투수가 됐다.
이후 한국 야구는 오래도록 국가대표 에이스 걱정을 하지 않았다. 류현진이 있고, 김광현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뒤를 이을 차세대 1선발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 선발 투수는 류현진·김광현과 같은 세대인 당시 나이 30세 양현종이었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전 선발 투수는 30대 중반이 된 김광현이었다.
베이징 이후 15년 만에 ‘20세 에이스’가 등장했다. 한국프로야구(KBO) 역사상 처음으로 시속 160㎞의 벽을 깬 한화 문동주다. 지난 2일 본선라운드 대만전, 그리고 7일 결승 대만전까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중요했던 2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왔다. 첫 등판 때는 아쉬운 몇개의 실투로 4이닝 2실점 패전을 떠안았지만, 7일 결승전은 달랐다. 6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고 3안타만 맞으며 무실점 승리 투수가 됐다. 대표팀은 대만을 꺾고 아시안게임 4연패에 성공했다.
이번 대표팀은 성적과 세대교체 2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대회 규정에 없는 나이 제한을 자체적으로 걸었다. 그래서 20세 에이스 문동주의 등장이 더 반갑다.
문동주는 구위뿐 아니라 ‘멘털’에서도 국가대표 1선발의 그릇을 증명했다. 올해가 KBO 리그 첫 풀타임 시즌인 그는, 몇달 전 인터뷰에서 “멘털적으로 일희일비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시속 160㎞ 기록 이후 급격하게 높아진 주위의 기대치에 휩쓸리다 보니 혼란에 빠졌고, 오히려 제 기량을 내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이었다.
항저우 대회에서도 중요한 건 멘털이었다. 대만전 첫 등판 때 문동주는 1회부터 실점을 했다. 1번 타자 정쭝저에게 2루타를 맞았고, 2아웃을 잘 잡았지만 4번 타자 린안커에게 장타를 허용했다. 커브를 던졌지만, 원하는 곳에 원하는 낙차로 떨어지지 않았다.
자다가도 생각이 날 법한 실투였다. 그러나 문동주는 거기에 얽매이지 않았다. 결승 대만전 승리 후 취재진과 만난 문동주는 “똑같이 하려고 했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저 자기 공을 믿고, 보다 신중하게, 온 힘을 다해 던지는 것이 그가 찾은 해법이었다.
결승전 1회, 문동주는 첫 등판의 재방송처럼 대만 선두타자 정쭝저에게 2루타를 맞았고, 운명처럼 4번 타자 린안커를 다시 만났지만, 삼진으로 설욕했다.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긴 문동주는 그간 볼 수 없었던 격한 몸짓과 함께 포효를 했다.
류중일 감독은 금메달 회견에서 “한국 야구의 미래를 본 경기였다”고 말했다. 류 감독의 말대로다. 한국 야구는 차세대 에이스 문동주를 발굴했다. 거기에 20세 동갑내기 최지민(KIA)과 박영현(KT)도 국제대회 경쟁력을 입증했다. 최지민과 박영현은 결승전 7·8회를 포함해 이번 대회 둘이 합쳐 9.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문동주를 필두로 좌우 불펜 최지민과 박영현까지, 차후 국제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20세 트로이카가 항저우에서 나왔다. 아시안게임 4연패 그 이상의 성과다.
항저우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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