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운행 중인 전기차 4만5212대, ‘배터리 화재’ 안전성 검증 없이 질주
90%가 벤츠·BMW 등 수입 차량
현대차·기아는 객관적 진단 가능
국내에서 주행 중인 전기차 4만5000여대가 배터리 상태를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없어 화재 등 안전 문제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가운데 11.6%인 4만5212대는 공단에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BMS는 전기차 배터리 전류, 전압, 온도 등을 모니터링해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배터리가 안전한 상태로 유지되는지 점검하려면 BMS 내 센서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현대차·기아와 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대부분 이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공단이 개발한 전자장치진단기를 통해 공단 소속 검사소 등에서 배터리를 점검받을 수 있다. 그러나 수입차 업체들은 보안상 이유를 들어 BMS 자료의 외부 유출을 꺼린다. BMS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전기차 10대 중 8대 정도인 77.6%(3만5098대)는 수입차 브랜드다. 국산차로 분류되지만 반조립(CKD) 형태로 국내에 들여와 일부 부품만 더해 사실상 수입차로 볼 수 있는 차량까지 포함하면 수입차 비율은 90%에 육박한다고 조 의원실은 밝혔다. 브랜드별로 보면 메르세데스 벤츠(7418대)와 BMW(7081대), 폭스바겐(6228대) 등 3개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BMS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전기차 성능의 핵심 요소인 배터리 제어와 관련된 중요 정보가 점검 과정에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의원은 배터리 검사 주기와 관련된 규정이 없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BMS 자료 공개를 강제할 수 없는 부분 역시 제도적 미비점이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상 자동차 제작사에서 공단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 범위에 BMS는 빠져 있다.
조 의원은 “BMS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국민 안전에 문제가 되는 것은 물론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기업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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