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든 D램값, 메모리반도체 겨울 끝나나

김상범 기자 2023. 10. 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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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넘게 하락세 이어온 현물 가격 ‘반등’…‘바닥’ 탈출 신호
반도체 3사 감산 효과 본격화·AI 시장 확대 따른 수요 회복 ‘훈풍’
공급사들도 ‘제값’ 요구 분위기…삼성·SK, 4분기 실적 개선 기대

한동안 침체기를 겪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2년 넘게 하락세를 이어온 D램 가격의 선행지표가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다.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 효과와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 확대가 맞물려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온기가 돌고 있다.

8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범용 제품인 ‘DDR4 8Gb(기가비트) 266’의 현물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1.51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4일의 1.448달러와 비교하면 한 달 만에 4.83% 상승했다. 이 제품 현물 가격은 지난해 말 2.004달러였으나 올해 들어 30% 가까이 내렸다가 9월 초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D램 현물 가격은 중소 정보기술(IT) 업체 등이 거래하는 소규모 유통시장의 가격을 말한다. 거래량이 적은 만큼 수급 상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통상 3~6개월 뒤 애플·구글 등 글로벌 기업의 계약 기준이 되는 ‘고정 거래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반도체 시장의 선행지표로 불린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2년 넘게 하락세를 유지했다. 경기침체 여파로 IT 산업 전반의 수요가 줄면서 빚어진 공급과잉 때문이다. 2021년 7월 4.10달러였던 D램 고정 거래가격은 올해 초 2달러 선을 뚫고 내려온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이제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가 보인다.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 결정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지난해부터, 삼성전자도 지난 4월부터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며 공식적으로 감산에 돌입했다.

생성형 AI 기술 투자가 늘어난 것도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AI가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메모리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AI 서버용 D램 시장은 기존 DDR4를 대체할 차세대 규격인 DDR5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DDR5는 기존 DDR4보다 속도는 2배 이상 빠르고, 전력 효율은 30% 높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오는 4분기 DDR5 고정 거래가격이 3~8%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메모리 수요가 차츰 정상화되면서 공급사들도 ‘제값’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최근 주요 고객사에 4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에 대해 두 자릿수의 가격 인상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부터는 국내 반도체 기업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와 2분기 각각 6000억원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95%가량 축소됐다. 특히 반도체(DS) 부문에서는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손실을 입었다. 업계에서는 DS부문의 올해 누적 손실이 3분기 기준 10조원 이상일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4분기부터 제품 가격 상승과 재고 소진 효과가 겹쳐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4분기부터 북미 서버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주문이 1년 만에 재개되며 가동률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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