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정상회담 앞두고…‘경고장’ 날린 미국
미국이 러시아 군사 분야에 대한 지원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중국 기업을 무더기 제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향해 러시아와의 군사적 밀착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러시아 군과 방위 산업을 지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49개 외국 법인을 수출 통제 대상에 추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추가된 수출 통제 대상 기업 중 중국 기업이 42곳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미 상무부는 제재 대상 기업들이 러시아 방위 부문과 연계된 기업들에 미국 기술이 관여된 물품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일부 기업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 부문을 공격할 때 미사일이나 드론을 정확히 유도하는 데 사용하는 미국산 반도체 기술을 러시아 측에 공급했다는 설명이다. 제재 대상에는 중국 본토와 홍콩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국가안보나 외교정책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는 외국 기업들을 수출 통제 리스트에 올려 관리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에도 러시아에 드론 부품을 공급했다는 이유로 중국 기업 11곳을 수출 통제 명단에 올렸다. 미국이 다음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중국의 반발을 감수하고 중국 기업에 잇따라 제재를 가한 것은 그에 앞서 열리는 중·러 정상회담에 대한 견제 성격이 짙어 보인다. 중국의 대러 군사 지원 및 양국의 군사적 밀착 강화 가능성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중순 열리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상무부는 7일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미국은 단시간 내에 또다시 러시아와 관련됐다는 이유를 들어 중국 기업들을 수출 통제 리스트에 올렸다”며 “이는 국가 안보 개념을 확장하고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는 전형적인 경제적 강압이자 일방적 괴롭힘”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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