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권보호’ 소홀한 교육청 많다
위원회 설치율 39%, 5년간 개최 건수 1건…제도 사각지대
“장기결석한 한 유아의 학부모가 동급생 2명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교사를 아동학대범으로 지목하고 폭언과 욕설을 한 뒤 퇴소했다. 관리자에게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교권침해 특별휴가 등 보호조치도 전혀 안내받지 못했다. 심각한 우울증으로 공무상 질병휴직을 하게 됐고 최근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 사건 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더욱 상태가 나빠졌다.”(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유치원 교권침해 유형별 사례집 중)
“가족과 바닷가로 여행을 간 유아가 저녁에 폭죽을 가지고 놀다가 화상을 입었다. 이후 학부모가 담임 교사인 저에게 ‘유치원에서 폭죽이 위험한 것도 안 가르치고 뭐 하냐’ ‘선생님 때문에 아이가 화상을 입었으니 유치원을 뒤엎겠다’고 언성을 높이며 위협했다. 관리자는 사과하고 마무리하라고 종용했다.”(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침해 사례 모음집 중)
유치원 현장의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무고 등 문제가 심각한데도 교권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에서 유치원 교사는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별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현황을 보면 최근 5년간 교보위에 유치원 관련 인사가 위촉되지 않은 교육청이 12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위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교권침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고 교권침해를 한 학생이나 보호자에 대한 조치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다. 기존에는 학교와 시·도교육청에 교보위가 설치돼 있었지만, 유치원은 초·중·고와 달리 ‘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교보위를 두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현재 유치원의 교보위 설치율은 39%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유치원 교사들은 분쟁이 생기면 시·도교육청에서 교보위를 열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를 보고도 교권침해를 인정받기가 어려웠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유치원 교사 관련 시·도교육청 교보위 개최 건수는 단 1건뿐이었다. 유치원 교보위에서 인정받은 교권침해도 11건에 그쳤다.
교권침해 대응과 관련된 다른 제도에서도 유치원 교사들은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았다. 자동녹음 전화기가 마련된 유치원은 전국 7450곳(미응답 제외) 가운데 2161곳으로 설치율이 29%에 머물렀다.
지난달 ‘교권 4법’ 국회 통과로 학교 단위 교보위가 폐지되고 교육지원청에 지역교보위가 신설되며 유치원 교사들도 초·중·고 교사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유치원 교사들에게 실효성이 있으려면 유치원 현장을 잘 아는 인사를 적극적으로 교보위원으로 위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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