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경기 시작도 전에 MVP 투표 끝냈다, 대한체육회 황당한 이유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 남녀 MVP(최우수 선수)는 수영과 양궁에서 각각 3관왕에 오른 김우민(22)과 임시현(20)이었다. 대한체육회는 ‘선수단 격려 및 사기 진작’을 위해 처음으로 현장 취재진 투표를 받아 선정했다. 이들에겐 상금 3000만원이 주어졌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배드민턴 안세영은 투표에서 탈락한 걸까. 마지막 경기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2관왕을 이룩한 그 장면을 떠올리자면 MVP를 받아도 손색이 없는데... 물론 김우민과 임시현도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다. MVP 자격이 충분하다.
안세영은 MVP 투표에서 (여자) 2위였던 걸로 알려졌다. 그런데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6일 항저우 현지 취재단에 “매체별로 (MVP) 남자 1명, 여자 1명을 선정해서 7일 오후 6시(현지 시각)까지 제출해 달라”고 공지했다. 7일 오후 6시면 축구·야구 대표팀과 배드민턴 안세영이 결승전을 치르기 전이다. 안세영은 단체전에 이어 이날 여자 단식에서도 우승한다면 강력한 MVP 후보가 될 수 있었다. 축구 대표 선수들도 금메달을 딴다면 도전해볼 만했다.
그런데 투표가 그 전에 이뤄져 안세영은 금메달 1개 성적만 갖고 MVP에 입후보한 셈이 됐다. 안세영을 사실상 배제하는 조치나 다름없어 취재진은 체육회에 “투표 마감 시간을 늦춰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체육회는 “행정 업무 처리나 각종 행사 준비로 인해 제한적인 기간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다음 날인 8일 오전 결산 기자회견에서 선수단 MVP를 발표하기 위해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결국 안세영은 MVP가 되지 못했다. “내 위치에서 할 일을 다했기 때문에 MVP 여부는 상관없다”고 말했지만 유쾌하지 않는 결말이었다.
이날 안세영 경기는 밤 10시55분쯤 끝났다. 이 경기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체육회 관계자들도 다 남아 있었을 것이다. 투표 결과를 받아 집계하는 데 10분도 안 걸린다. 다음 날 행사 준비를 위해 MVP 투표를 조기 마감해야 한다는 해명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체육회는 마음에 걸렸는지 ‘투혼상’을 안세영에게 전달했다.
이번 대회 내내 대한체육회 소속 파견자들은 “단체 구기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면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도 병역 혜택 대상이 되느냐” “(e스포츠 스트리트파이터V 금메달리스트) 김관우(44)가 역대 아시안게임 한국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맞느냐” 등 각종 질문에 대부분 답을 주지 않았다. 선수단 지원에 전념하느라 바빠서 그런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선수단 성과를 치하하는 포상조차 무성의로 일관한 걸 보니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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