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사전투표율…야 “정부심판론 먹혀” 여 “열어봐야 안다”
여 “야당 심판” 속 위기론도
야 “분노한 지지층 결집”
섣부른 해석 경계 속 “최선”
일각선 “제도 안착 때문”
지난 6~7일 실시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에서 역대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를 통틀어 투표율 최고치(22.64%)를 기록한 데 대해 여야는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할 거란 입장을 밝혔다. 강서구가 더불어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야권의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먹혀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오는 11일 본투표를 포함한 최종 투표율을 봐야 여야 유불리를 판단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거대 양당은 8일 높은 사전투표율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강서구 화곡동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16년 동안 민주당 구청장이 강서 개발에 아무 관심이 없었던 것 아닌가 할 만큼 낙후돼 있다”며 “(높은 사전투표율은) 민주당에 대한 심판 의지가 확고하게 드러난 것이다. 그 열기가 꼭 투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독려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선거는 기초단체장 선거를 뛰어넘어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적 의미도 있다”며 “강서구민들이 여기(정권 심판론)에 부응하는 투표 참여율이 나타났다고 본다”고 밝혔다.
물밑 분위기는 민주당이 더 뜨겁다. 높은 사전투표율을 야권 적극 지지층의 결집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강서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인 데다 주요 지지층인 30~50대 직장인들은 평일인 본투표 날보다 주말이 낀 사전투표일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말 없는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이라며 “현 정부에 대한 총칼보다도 더 강한 메시지”라고 했다. 한 서울 지역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깔려 있는 데다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김태우 후보를 (국민의힘이) 공천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다만 섣부른 해석을 자제하며 본투표일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MBN에 출연해 “(투표율이) 40%는 넘지 않겠냐 예측을 했는데 지금 추세상으로 45%를 넘나들 거라 예상보다도 좀 높게 나올 거 같다”면서 “우리 입장에서는 정권 심판이라면, 저쪽(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윤석열 정부를 지키려고 하는 선거의 흐름이 있다 보니 양쪽 모두 결집하면서 자연스럽게 투표율이 올라간 거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종 투표율이 중요하다. 40% 정도면 우리가 가볍게 이길 거고, 35%면 비슷하고, 30% 이하면 국민의힘이 이기지 않을까”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사전투표율을 가지고 여야 유불리를 따질 순 없다는 입장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사전투표) 제도가 정착되면서 사전투표율이 높아진 것이지, 야당한테 유리하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여야가 이번 선거에 총력전을 폈기에 각 당 지지층이 결집한 것은 당연하며, 과거와 달리 고연령층도 사전투표에 적극 참여하기에 야당이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여당 안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사람들이 그동안 쌓아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며 큰 격차의 패배를 우려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은 “영남·강원 등 비수도권 일색인 지도부가 수도권 위기론은 없다고 말해왔다. 패배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반응도 엇갈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민주당 핵심 지지 기반인 4050 중심으로 분노의 결집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단식과 체포동의안 가결, 구속영장 기각으로 이어진 정국이 추석 밥상 민심으로 이어졌고, 이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물은 것이 핵심 민심”이라고 예측했다. 엄 소장은 높은 사전투표율을 본 여야 지지층이 본투표일에 더욱 결집해 최종 투표율도 높아질 것으로 봤다.
반면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사전투표율이 높은 이유는 제도가 안착된 측면이 가장 크다”며 “사전투표율 총량이 아닌 지역별·성별·연령별 구성을 따져봐야 유불리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배 위원은 사전투표가 이제 투표율을 상승시키는 효과보다 투표일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커 최종 투표율 역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을 거라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정대연·신주영·박순봉·조문희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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