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하마스, 왜 지금 공격했나
사법개편 등 이스라엘 혼란 틈타 공격 분석도
이, 가자지구 수출길 통제에
팔, 국경 시위 재개 등 ‘전조’
“유대교 안식일 기습 더 충격”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배경에는 최근 1년간 극적으로 누적돼온 갈등이 자리한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오른쪽으로 치우친 베냐민 네타냐후(사진) 정부가 사법개편안 갈등·정착촌 확대 등 내우외환의 불씨를 키우며 공격의 틈새를 열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가자지구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번 충돌에 앞서 ‘전조 단계’가 연이어 벌어졌다. 지난해 말 재집권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정착촌 확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차별적 조치 등을 천명하자 이로 인한 물리적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달 19일까지 이스라엘 군대나 정착민들에 의해 살해된 팔레스타인인은 227명이며, 그중 대부분(189명)이 서안지구에서 희생됐다. 지난 8월 말 기준 양측 갈등으로 사망한 이스라엘인은 최소 29명이다.
지난 1월26일 제닌에서 이스라엘군의 군사작전으로 팔레스타인인 9명이 숨지는 등 유혈사태로 올해가 시작됐다. 바로 다음날 팔레스타인 총격범이 동예루살렘의 한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를 난사했고, 이로 인해 아동을 포함해 7명이 사망했다.
이어진 봄 역시 ‘피의 계절’이었다. 지난 3월에는 이스라엘 보안군(IDF)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을 추격하다 자전거를 탄 14세 소년에게 총을 쏴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슬람 성월 라마단인 지난 4월 초에는 이스라엘 경찰이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습격했다. 한 달 후 이스라엘은 이슬람 무장단체를 겨냥해 가자지구를 기습적으로 공습해 10명 이상이 숨졌다.
여름을 거치며 무력 대치의 수준이 높아졌다. 이스라엘은 2000년대 초 2차 인티파다 이후 처음으로 서안지구에 아파치 헬기를 배치했다. 또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서안지구에서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지난 7월3일에는 이스라엘군이 병력 약 1000명을 동원해 20년 만의 최대 규모 작전을 개시해 팔레스타인인 약 90명이 죽거나 다쳤다.
지난달은 전면적 갈등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커진 시점이다. 지난달 4일 이스라엘 국경수사관은 선적에 숨겨진 폭발물을 발견하고 가자지구가 서안지구로 수출하는 모든 물품의 통과를 금지시켰다. 하마스는 높은 경계 태세를 갖추고 다른 무장단체들과 함께 현장 훈련을 했다. 당시 훈련에는 로켓 발사 연습, 매복, 정착촌 돌격 등이 포함됐다.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그때부터 국경 지역에서 시위가 재개됐다는 것이다. 하마스는 청년들이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분리하는 장벽을 따라 시위를 벌일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난달 13일에는 팔레스타인인 5명이 장벽에서 폭발물을 터뜨리려다 사망했다. 하마스의 정치 및 국제관계 담당자 바젬 나임은 지난달 WP 인터뷰에서 “그동안은 조용했지만 이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물 아래에는 엄청난 압력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유대교 기념일인 지난 7일 하마스는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개시하며 이스라엘에 대대적인 공격을 가했다. 이날을 택한 이유는 이스라엘에 가장 큰 트라우마를 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약해진 틈을 파고들었다고 분석한다.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개편안을 추진하자 이스라엘에선 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고 예비군들이 훈련을 거부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 외교협회(CFR)의 중동 전문가 스티븐 쿡 선임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글에서 “이란과 하마스 등의 무장 세력들은 이스라엘이 약해지고 분열됐다고 판단하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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