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사태’가 계기… 모든 장르 작가 권리보호 눈 뜨다 [이슈 속으로]
故이우영 4년간 저작권 소송에 ‘고통’
지난 3월 작가 4명 노조 준비위 결성
9월 첫 집담회 열어 공감대 만들어
노조 설립땐 저작권 보호 등 큰 도움
출판사와 공정한 계약 협상력도 확보
美 1만3000명 회원 작가길드 활동 활발
2014년 6월, 미국의 대표적 작가노조인 작가길드(Authors Guild)는 저널리스트와 다른 작가협회 및 프리랜서 작가들과 함께 2000년에 처음 제기한 집단소송을 둘러싸고 1800만달러 규모의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작가노조는 앞서 2000년 프리랜서 작가 등과 함께 ‘뉴욕타임스’ 등 신문 잡지에 실린 자신들의 기사와 칼럼 등이 작가의 허가 없이 전자 데이터베이스에 재판매돼 작가들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01년 작가들이 디지털 권리에 대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고, 작가노조는 긴 추가 소송과 협상을 벌인 끝에 작가들에게 기사 건수당 최대 1500달러를 지불하는 등 모두 1800만달러 규모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검정고무신’은 제 인생 전부이자 생명입니다. 창작 이외에는 바보스러울 만치 어리석은 창작자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작가노조 준비위는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장르는 달라도, 우리는 모두 집필노동자입니다’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온·오프라인으로 30여명의 작가가 참여한 가운데 집담회를 가졌다. 이날 현장에 패널로 참석한 이수경(소설), 황모과(SF소설), 희음(시), 은유(르포), 박권일(인문사회), 이유진(번역) 작가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각자의 경험을 공유했다.
작가노조 준비위는 현재 작가들의 준비위 참여 신청을 받고 있다. 작가들의 반응은 열악한 현실 탓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준비위는 첫 작가 집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정리하는 한편, 향후 설립 계획도 내부 논의를 거쳐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존재하는 다른 작가 조직들과 달리 작가노조의 장점은 분명하다. 우선 작가노조가 대표성을 확보할 경우 출판사나 유통사 등과 계약, 로열티, 저작물 사용료 등에 대한 협상에서 작가들의 협상력이 크게 높아진다. 저작권을 비롯해 작가들의 다양한 권리를 보호할 여지가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작가노조가 조직돼 활동 중이다. 미국 작가길드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작가 전문조직이다. 1912년 미국작가연맹(Authors League of America)으로 창설된 이래로 노벨상,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등 수많은 수상자를 비롯해 저명 작가들을 이사로 배출해 왔다. 작가들의 권리 보호, 저작권법 개선, 출판사와의 공정한 계약조건 확립 등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고, 특히 디지털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와 온라인상 작가 이익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1만3000명 이상의 작가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고, 출판사와의 계약에 대한 무료 법률 조언과 안내는 물론 저자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주요 소송을 지원해 왔다. 유럽의 경우 국가 및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작가노조가 조직돼 있다. 일본에도 1947년 설립된 일본작가협회(Japan Writers’ Association) 등이 있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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