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쳤다” vs “장기침체 서막”… 중국 경제의 엇갈린 전망

이우중 2023. 10. 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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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발 위기 등으로 우려가 커지는 중국 경제의 앞날에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이어지는 등 중국이 침체에 들어섰다고 보는 시각과 함께 각종 지표 개선을 근거로 중국 경기가 바닥을 치고 반등을 앞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 광저우의 한 건설 현장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 경제성장 꺾일 것… 아·태지역 경제에도 악영향”

세계은행은 지난 2일(현지시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월 발표 때의 4.8%보다 0.4%포인트 내린 4.4%로 발표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4월과 같은 5.1%였다. 하향의 근거로는 높은 부채 수준, 부동산 경기 둔화, 고령화 등 장기적인 구조적 요인을 들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 파푸아뉴기니 등 태평양 도서국들을 포함하는 ‘동아시아 및 태평양(EAP)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전망치가 5.1%에서 5.0%로, 내년 전망치가 4.8%에서 4.5%로 각각 하향됐다.

세계은행은 “중국의 문제가 해당 지역 전체에 중요하다”며 중국 경제 규모가 1% 줄어들 때마다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 GDP 증가율이 0.3%씩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은행이 더딘 코로나19 회복세, 중국 부동산 위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을 근거로 이 지역 성장률이 기록적으로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세계은행은 또 중국·태국·베트남 등에서 일반정부 부채와 기업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정부 부채가 많으면 민간 부문의 투자가 제한될 수 있고 부채 증가로 인한 금리 상승 시 사기업들의 대출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말레이시아·태국 등에서 가계 부채가 비교적 많다면서 가계가 빚을 갚는 데 소득을 쓰면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세계은행 본부 외경. 신화연합뉴스
미국 시장조사업체 로디엄그룹과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4일 공동으로 발간한 중국 경제 관련 보고서 ‘차이나 패스파인더 애뉴얼 스코어카드’에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4% 미만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JP모건체이스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4%에서 4.8%로 크게 낮췄고 세계은행 등 여러 기관이 중국의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낮은 전망치로, 중국 당국이 목표로 제시한 5% 내외와 괴리가 크다.

보고서는 “현재까지 주요 개혁 발표가 없는 것을 감안할 때 내년에도 비슷한 약세가 예상된다”며 “만일 중국이 구체적인 개혁을 발표한다면 그에 따른 조정 고통으로 내년에는 성장이 더욱 둔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성장률 둔화는 미국을 세계 최대 경제국 자리에서 밀어내겠다는 중국의 계획이 2020년대는커녕 이번 세기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현재 주시하는 경제 문제들은 코로나19 같은 순환적인 요인이 아니라 중국 경제 시스템의 개혁 실패에서 비롯된다”며 “경제 안정에 대한 구조적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설명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조업 부문 등 지표 개선… 원자재 수요도 탄탄”

반면 씨티그룹은 4일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7%에서 5%로 상향했다. 경제지표 호전을 감안한 것으로, 이는 중국 정부의 공식 목표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중국 소매 판매와 산업생산이 개선될 수 있으며 9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6개월 만에 경기확장 국면에 접어든 만큼 수출 감소 폭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정책 모멘텀이 집중되면서 유기적 수요가 회복될지에 모든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지금이 경제 순환의 바닥”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 정책에 대한 실망으로 GDP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지만 8월 말 이후 정책 모멘텀이 예상을 분명히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가 최근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한 설문에서도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정부의 공식 목표치 5% 안팎과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제조업 부문 등에서는 안정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부동산시장에서 지속해서 나타나는 문제와 함께 내수와 고용시장 부담 등을 우려로 지적했다.
중국의 한 취업 박람회에 몰린 사람들 모습. AFP연합뉴스
HSCB홀딩스는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가 이번 국경절 연휴 기간 약 9억명이 국내 여행을 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일평균 국내 관광수입이 5%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HSBC홀딩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메모에서 “서비스 부문의 회복이 지속적인 회복 모멘텀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가 부동산 부문을 중심으로 경기 부양책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전망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석유·구리 등 주요 원자재에 대한 중국 측 수요가 탄탄한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중국의 구리·철광석·석유 수요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 7%, 6% 증가해 골드만삭스의 전망치를 상회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수요 증가는 녹색경제, 전력망, 부동산 완공 등에 따른 강력한 성장 등과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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