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뿌린 MZ 선수들의 ‘금메달감’ 매너와 스포츠맨십

김수미 2023. 10. 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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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막을 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들의 경기력 못지 않은 훌륭한 매너와 스포츠맨십이 화제다.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가 경기에서 패배한 후 라켓을 코트 바닥에 내리치는 등의 비매너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MZ 선수들은 경기장과 시상식대에서 밝고 매너 있는 모습을 보여 호평을 얻었다. 과거처럼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속상해 하며 울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자축하는 당당한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지난달 30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장우진이 전지희의 옷깃을 정리해주자 현장에서 환호가 터져나왔다. SBS 화면 캡처
◆“드라마야?” 중국 관객 환호성 터뜨린 탁국 혼합복식팀

경기장 뿐 아니라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한국 탁구 혼합복식팀 선수들이다.

지난달 30일 중국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대에 장우진-전지희(미래에셋증권) 조와 임종훈(한국거래소)-신유빈(대한항공) 조가 동메달 단상 위에 나란히 올랐다.

장우진이 전지희의 옷깃이 목에 걸린 메달에 접힌 것을 보고 정리해주는 모습이 전광판에 잡히자 현장에 있던 중국 팬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영문을 모르고 어리둥절해 하던 장우진은 뒤늦게 상황을 알아채고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고, 전지희도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지난달 30일 중국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임종훈(왼쪽부터), 신유빈 조가 볼하트를 하고 있다. 옆에서 웃음이 터진 전지희. 항저우=뉴시스
이어 옆에 서 있던 신유빈과 임종훈은 자축의 세리머니로 각각 한 손을 이용해 양볼에 하트를 만들자 또다시 함성이 터졌다. 세리머니를 마친 임종훈이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부끄러워했고, 신유빈은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이후 메달과 꽃다발을 받아든 임종훈은 앞서 장우진의 행동을 따라하듯 신유빈의 옷깃을 만지작거렸고, 이내 시상대는 웃음바다가 됐다.

해당 영상은 소셜미디어에 공유되며 국내외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 선수들도 한국 선수들처럼 승패에 관계없이 좋은 정신력을 가졌으면”, “활기차고 행복해하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유튜브에서도 국내외 팬들은 “선수들이 메달 색깔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 “몇 번을 봐도 즐겁고 사랑스럽다”는 칭찬 일색이다.

경기 해설자 역시 하트 세리머니에 “아, 사랑스럽다”, “저 선수들은 19살이다”라며 장우진의 행동을 따라한 임종훈의 이름을 다시 부르며 웃기도 했다.

황선우가 27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200m 결선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짓자 중국 판잔러가 황선우의 손을 번쩌 치켜올리고 있다. 뉴시스
◆황선우 손 치켜올려 예우한 중국 판잔러

한국 수영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낸 수영에서도 MZ 선수들의 스포츠맨십이 화제를 모았다.

황선우는 지난달 27일 중국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40을 기록해 아시안게임 및 한국 기록을 갈아치웠다.

황선우가 자유형 200m 금메달을 확정하자 중국의 판잔러가 황선우의 손을 잡고 높게 들어올렸다. 그러자 중국 팬들의 박수와 함성 소리가 더욱 커졌다.

판잔러는 개최국 중국의 단거리 강자로 아시아 무대에서 황선우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다. 앞서 열렸던 자유형 100m에서는 판잔러가 아시아 기록(46초97)을 수립하며 황선우를 제치고 금메달을 땄다. 황선우는 48초04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판잔러는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황선우의 손을 잡고 높이 들었다. 패자가 승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예우 방식이다.

황선우는 “홈그라운드에서 판잔러가 굉장한 슈퍼스타인데 그런 선수가 저와 함께 손을 들어줘서 많은 팬 분들의 함성을 들을 수 있었다.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며 고마워했다.

황선우도 중국 수영의 스타 판잔러의 실력에 존경을 표하며 예우했다.

황선우는 “판잔러는 거의 2년 동안 보고 있는 선수라서 친밀감이 많이 형성됐다. 자유형 100m에서 정말 대단한 기록을 낸 선수다. 그 기록은 정말 존경받아야 마땅할 기록이다”라며 “저도 멋있게 보고있는 선수이면서 또 친근한 동생, 장난스러운 동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너무 적대적이지 않은, 친근한 관계로서, 좋은 라이벌로서 선의의 레이스를 펼치는 건 정말 긍정적인 효과라고 본다. 서로 열심히 훈련하면서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서로 아시아를 대표할 수 있는 멋있는 선수가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kg급 그룹 A 경기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김수현(오른쪽)이 시상식에서 금메달 북한 송국향(가운데), 은메달 북한 정춘휘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북한 선수 존경” 기량차 인정하고 긍정 에너지로 써 

지난 5일 열린 여자 역도 75kg급 경기는 남·북한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북한은 4년만의 국제무대 복귀임에도 역도에서 5체급을 석권했고 75kg급에서 송국향, 정춘희가 금·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의 김수현 선수는 동메달을 차지했다.

북한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내고도 좀처럼 웃지 않았다.

금메달은 딴 송국향은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의 목표는 이 기록(267㎏)이 아닌 세계 기록(북한 림정심의 278㎏)이었다. 정말 아쉽게 됐다”며 승리를 만끽하기보다 경직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김수현의 솔직하고 발랄한 인터뷰가 잠시나마 북한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앞서 북한 선수들이 중국 선수의 부상과 생일을 언급하자, 김수현은 “나는 3번째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드디어 메달을 땄다. 기분이 좋아서 중국 선수가 다친 것도 몰랐는데…. 중국 선수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국향과 정춘희는 고개를 푹 숙인채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이어 김수현은 “림정심 언니를 좋아한다. 정심 언니보다 더 잘하는 두 선수와 경기를 하게 돼 영광”이라며 “목표를 더 크게 잡아 이 친구들만큼 잘해서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다”고 북한 선수들을 추켜세웠다.

각각 합계 267, 266kg을 기록한 송국향, 정춘희와의 기량 차이를 인정하면서 북한 선수들을 존중하고, 자기 발전의 에너지로 삼겠다는 포부를 당당히 밝힌 것이다.

김수현의 이같은 발언에 두 북한 선수들은 놀라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림정심은 북한의 국보급 역사(力士)로 리우·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현 세계기록(278kg) 보유자다.

김수현은 용상을 준비하고 있을 때 “수현아, 기회가 왔으니 정신 바짝 차리라”는 북한 김춘희 감독의 응원으로 정신무장이 됐다고 했다. 김춘희는 림정심을 비롯해 길러낸 제자들의 금메달 수가 60개가 넘는 명감독이다.

김수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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