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은 주장 김혜성 "선배·이정후 응원 큰 힘 됐다"
"국제대회 첫 주장, 새로운 마음…너무 행복"
[인천공항=뉴시스] 김희준 기자 = 한국 야구 대표팀 주장을 맡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김혜성(24·키움 히어로즈)이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대회 4연패를 달성한 한국 야구 대표팀은 8일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한국 야구는 이번 금메달로 아시안게임 4연패를 달성했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또다시 아시아 정상을 지켰다.
자체적으로 연령 제한을 둔 가운데 예전이 비해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도 들었지만, 대표팀은 조별리그 대만전 패배의 아쉬움을 딛고 금메달 획득을 일궜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 캡틴을 맡은 김혜성은 귀국 후 "재미있었다. 주장으로서 국제대회를 한 것은 처음이어서 새로운 마음이었다. 너무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류중일 야구 대표팀 감독은 최우수선수(MVP)를 꼽아달라는 말에 김혜성을 첫 손에 꼽았다.
이를 전해들은 김혜성은 "(맏형이었던)세웅이 형부터 막내 (장)현석이, (김)동헌이까지 나이에 상관없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해서 잘된 것 같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날 공항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 금메달을 걸고 귀국하는 야구 대표팀을 환영했다. 축구 대표팀, 양궁 대표팀도 함께 입국해 입국장이 북새통을 이뤘다.
김혜성은 "우리 뿐 아니라 축구 대표팀, 양궁 대표팀도 귀국해 많은 분들이 오실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며 웃어보인 뒤 "시상식에서 메달을 받을 때 솔직히 실감이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귀국길에 공항, 비행기에서 본 모든 분들이 축하한다고 말해주셔서 실감나고, 행복했다"고 전했다.
금메달까지 가는 길이 녹록치는 않았다. 금메달 획득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였던 대만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0-4로 패배하면서 먹구름이 드리웠다.
하지만 슈퍼라운드에서 일본, 중국을 차례로 꺾고 결승 진출을 이뤄낸 한국은 다시 만난 대만을 2-0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에 입맞춤했다.
김혜성은 "대만과의 2차전에서 패배한 후 곧바로 뭐라 말해주지는 못했다. 나도 사람인지라 속상함과 아쉬움이 너무 컸다"며 "그 때 예전 대표팀으로 뛰었던 양현종(KIA 타이거즈) 선배님, 박병호(KT 위즈) 선배님, 허경민(두산 베어스) 선배님이 많이 연락해주셨다. '잘하고 있고, 네가 주장이니 잘 이끌라'고 조언해주시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 연락해서 응원해주시는데 주장인 내가 처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동료들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고 덧붙였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비슷한 길을 걸으며 금메달을 딴 키움 동료 이정후의 응원도 김혜성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김혜성은 "(이)정후가 연락해서 5년 전 이야기를 하더라. 그때도 대만에 지고 우승했으니까 절대 안 좋은 생각 하지 말라고 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고 했다"며 "그래서 다같이 으쌰으쌰 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내비쳤다.
이정후도 이번 대회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발목 부상으로 낙마했다.
김혜성은 "대표팀을 하는 것이 너무 좋은 일이지 않나. 정후도 못하게 돼서 아쉬워하더라"며 "같이 못하게 돼서 연락을 더 많이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승리를 결정지은 것이 김혜성의 수비였다.
한국은 2-0으로 앞선 9회말 고우석(LG 트윈스)이 연속 안타를 허용해 1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우녠팅이 병살타를 치면서 경기가 끝났다. 당시 2루수 김혜성은 타구를 잡은 뒤 1루 주자를 태그하고 1루로 송구해 병살로 연결했다.
김혜성은 "상대가 왼손 타자라 80% 이상의 확률로 타구가 나에게 오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한테 타구가 오면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며 "마침 생각했던대로 땅볼이 와서 무조건 내가 잡고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1루로 공을 던질 때에는 손목이 생각보다 더 돌아가서 송구가 정확하지 않을 줄 알았다. 다행히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이번 대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전했다.
결승전에 병살타로 끝난 것을 두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결승전을 떠올리는 이들도 적잖다. 당시 쿠바와의 결승전에서도 한국이 2-1로 앞선 9회 1사 만루 위기에 상대의 병살타가 나오면서 금메달을 확정했다.
김혜성은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과 비교해주신다니 영광"이라며 웃어보였다.
젊은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려 금메달을 따면서 이번 대회가 대표팀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혜성은 "젊은 선수들이 많다보니 분위기가 오를 때 확 올라가는 것이 좋더라. 이게 또 장점이라 생각한다"며 "젊은 선수들로 꾸린 대표팀의 시작이 좋기 떄문에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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