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레전드' 커쇼가 ML 최초 기록 세웠다, 하지만 웃을 수 없는 '⅓이닝 6실점 강판' 최악 투구

양정웅 기자 2023. 10. 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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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클레이튼 커쇼가 8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NLDS 1차전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후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AFPBBNews=뉴스1
클레이튼 커쇼(오른쪽 2번째)가 8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NLDS 1차전에서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MLB)의 살아있는 전설 클레이튼 커쇼(35·LA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서 역대 최초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반길 만한 기록은 아니었다.

커쇼는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3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초반부터 커쇼는 연이어 안타를 맞아나갔다. 1회 초 선두타자 케텔 마르테에게 중견수 방면 2루타를 맞은 그는 2번 코빈 캐롤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첫 실점을 기록했다. 이어 토미 팸(1루타)과 크리스티안 워커(2루타)의 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애리조나는 2점을 먼저 냈다.

그러나 애리조나의 맹공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무사 2, 3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5번 가브리엘 모레노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커쇼의 몸쪽 슬라이더를 공략,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을 터트린 것이다. 모레노는 홈런을 직감한 듯 타구를 응시했고, 커쇼는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클레이튼 커쇼(왼쪽)가 8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NLDS 1차전에서 1회 초 가브리엘 모레노에게 홈런을 맞고 있다. /AFPBBNews=뉴스1
커쇼는 6번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5점을 준 후에야 첫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그러나 알렉 토마스를 8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고, 베테랑 에반 롱고리아가 친 좌중간 타구를 중견수 제임스 아웃맨이 다이빙 캐치에 실패하면서 토마스가 홈인, 커쇼의 실점은 더 늘어났다.

결국 다저스는 커쇼를 단 ⅓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내렸다. 더그아웃에 들어간 커쇼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반응이 이해가 가는 최악의 투구였다.

이날 커쇼는 ⅓이닝(35구) 6피안타(1홈런) 1볼넷 6실점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믿었던 선발투수가 최악의 투구를 선보인 다저스는 뒤이어 등판한 루키 에밋 시한(24) 역시 2회 초 캐롤에게 솔로포를 허용하는 등 3점을 내주며 흔들렸다. 애리조나는 7회 토마스, 8회 팸의 솔로포가 나오며 확인사살에 성공했다. 다저스는 8회 말 윌 스미스의 2타점 3루타로 뒤늦게 득점을 올렸으나 끝내 2-11로 대패하고 말았다.

클레이튼 커쇼가 8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NLDS 1차전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후 더그아웃에서 자책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커쇼는 이날 여러 기록들을 세우게 됐다. 미국 매체 ESPN에서 운영하는 ESPN 스태츠 앤 인포 X(구 트위터)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역사상 포스트시즌에서 선발투수가 5안타와 5실점을 내준 후 첫 아웃카운트를 잡은 건 커쇼가 최초라고 한다. 이 계정은 "어느 구원투수도 이런 일을 만든 적이 없다"며 커쇼를 확인사살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포츠 통계 업체인 OPTA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선발이 ⅓이닝 이하를 던지며 6실점 이상을 기록한 건 커쇼가 역대 3번째였다. 내셔널리그에서는 지난 2019년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애틀랜타의 마이크 폴티네비치(⅓이닝 7실점 6자책) 이후 4년 만에 나온 기록이었다.

다저스 역사를 봐도 선발투수가 포스트시즌에서 이토록 빠르게 강판된 일은 보기 드물다. 디 애슬레틱의 통계 전문가 제이슨 스탁에 따르면 다저스 역사상 가을야구에서 선발이 1아웃 이하를 잡고 내려간 건 커쇼가 4번째였다. 그러나 앞선 3번 중 커쇼만큼 많은 실점을 기록한 것은 없었다.
클레이튼 커쇼가 8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NLDS 1차전 경기 도중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AFPBBNews=뉴스1
부진한 투구에 커쇼 본인과 다저스 구단은 충격에 빠졌다. 미국 매체 스포츠넷 LA에 따르면 커쇼는 "난 모든 사람들을 실망시켰다"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그런 식으로 선발 투구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그는 그러면서도 어깨 부상 여부에 대해서는 "괜찮은 상태다"며 건강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 역시 "충격이었다"고 커쇼의 투구를 본 소감을 고백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커쇼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로버츠 감독은 "계획은 바뀌지 않는다. 커쇼는 4차전에 선발투수로 나올 것이다"고 단언했다.

2008년 빅리그에 데뷔한 커쇼는 통산 210승 92패 평균자책점 2.48의 성적을 거뒀다. MVP, 사이영상, 워렌 스판 상, 올스타 등 투수로서 차지할 수 있는 모든 영광은 다 차지한 '리빙 레전드'다. 그러나 그는 이날 경기 포함 통산 포스트시즌 13경기에서 13승 13패 평균자책점 4.49로 부진한 기록을 내고 있다. 이쯤 되면 '커쇼 가을 부진'은 과학일지도 모른다.

클레이튼 커쇼가 8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NLDS 1차전에서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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