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희의 아이러니] 검찰의 좁은 회랑

기자 2023. 10. 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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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족쇄를 채우지 않으면
인권과 민주주의는 위협받아
좁은 회랑 벗어나 폭주하는 검찰
언제쯤 좁은 회랑으로 돌아올까
과연 돌아오기는 할 것인가

법적 절차는 사실관계를 법조문에 적힌 개념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밝혀진 사실관계가 법조문에 적힌 추상적인 개념과 부합하면 법이 적용된다. 단순명료한 사건에서는 수사하고, 법을 적용하는 과정이 어느 정도 기계적이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의 경우 운행 사실과 혈중 알코올농도를 확인하면, 처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한 사안에서는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것부터가 어렵다. 물증이 확보되지 않으면 주변인의 진술에 의존해야 한다. 사건과 이해관계가 없는 이의 진술이라면 믿어볼 만하지만, 자신도 감옥에 갈 처지에 있는 사람은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슨 진술이든 할 수 있어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 게다가 어떤 범죄행위의 동기나 가능성을 추측하게 하는 정황은 모호한 것이라서 해석하기 나름이다.

사실관계, 사건을 둘러싼 정황, 법조문이 모두 복잡하고 모호한 경우에는 수사기관의 선택지가 넓어진다. 수사의 대상과 시기와 강도의 선택 그리고 조율에서 거의 무제한의 자유를 가지게 되는데, 그 자유를 남용하면서 자신이 거악을 척결하는 숭고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물론 요리조리 잘 피해다니는 거악을 수사기관이 모든 역량과 시간을 동원해 척결하는 사례도 있을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건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 사람들은 정치 성향과 당파성에 따라 유죄와 무죄를 속단하지만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수많은 보도가 있었지만, 그래서 뭘 어떻게 했다는 것인지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므로 드러난 것만으로 이야기하자. 첫째, 수사대상이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한 사람이다. 둘째, 엄청난 역량을 투입하고, 수많은 압수수색을 하며, 2년에 걸쳐 여러 혐의를 수사했다. 셋째, 직접 이익을 취했거나 분명히 관여했다는 물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넷째, 주위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른 건 맞는 것 같으니 정황상 그도 의심되는데, 모호하거나 언제든 거짓말로 밝혀질 수 있는 파편적 진술만 확보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보통의 판사로서는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게 당연하다. 이 내용이라면 김건희 여사를 수사했어도 마찬가지다. 당파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2년을 그렇게 수사하고도 구속영장조차 발부받지 못했다면 시쳇말로 볼 장 다 본 것이다.

법원이 편향적이라 그렇다? 물론 법원은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검찰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공정한 게 사실이다. 그 수많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준 게 바로 법원이다.

나는 지난 정부가 당시 검찰총장을 핍박하면서 직무를 정지시킨 일은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법원의 최종 판단을 보아야겠지만, 결국 핍박받은 사람은 그 과정에서 획득한 서사로 대통령이 되었다. 검찰은 지금 열심히 이재명 대표를 다음 대통령으로 만드는 중이다.

제대로 된 수사기관은 그렇게 수사를 하고도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애초부터 혐의가 없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면서 불기소할 것은 불기소하는 게 맞다. 그러나 한국 검찰의 속성상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자신들이 한 일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한 번 물면 놓지 않아야 하고, 칼을 뺐으면 베어야 한다. 시작할 때부터 갈 길은 애초에 정해져 있다. 그래서 이제 3~4년으로 끝나지 않을 긴 재판이 기다리고 있다.

검찰은 범죄를 수사하고, 단죄함으로써 나라의 근간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정치적인 수사가 그 긍정적 역할을 상쇄시킨다. 대런 아세모글루의 <좁은 회랑>이란 책이 있다. 저자는 수많은 국가를 분석하면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의 권한을 위임받은 ‘리바이어던’이 필요하지만, 그 리바이어던에게 족쇄를 채워야 한다고 통찰한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가 힘의 균형을 이루는 공간인 ‘좁은 회랑’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곳이 좁은 이유는 균형을 달성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고, 문이 아닌 회랑인 이유는 국가와 사회가 서로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언제든 밖으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좁은 회랑>은 국가 전체를 논하고 있지만, 검찰권에 한정해서도 말할 수 있다. 사회의 질서를 세우는 검찰의 기능이 서지 못하면 지리멸렬한 나라가 되고 만다. 그러나 검찰이라는 리바이어던에게 족쇄를 채우지 않으면, 인권과 민주주의는 위협받게 된다. 지금 검찰은 좁은 회랑을 벗어나 폭주하고 있다. 대한민국 검찰은 언제쯤 좁은 회랑으로 돌아올 것인가. 과연 돌아오기는 할 것인가.

조광희 변호사

조광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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