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부활의 보컬들
MBN의 경연 프로그램인 <불꽃 밴드>가 방영되면서 왕년의 밴드들이 주목받고 있다. 밴드 음악을 자존심으로 여기던 시절부터 활동해온 그룹들이 경연을 벌이는 게 어색하긴 하지만 올드팬들에겐 반가운 무대가 아닐 수 없다.
기라성 같은 출연진 가운데 특히 김태원(사진)이 이끄는 부활의 탁월한 보컬리스트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모두가 김태원의 ‘감’으로 뽑은 보컬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은 유독 가을에 잘 어울리는 감성의 소유자들이다.
김종서는 부활의 초창기 멤버였지만 앨범도 내기 전에 탈퇴해 시나위에 합류했다. 그래서 영입된 멤버가 이승철이었다. 30만장 이상 팔렸다는 첫 앨범의 히트곡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1986)는 마음을 흔드는 명곡이다. 그러나 이들은 2집 발매 직후 인기 정상에서 터진 대마초 사건으로 나락에 떨어졌다.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닌 이승철도 솔로로 독립했다.
그룹 ‘작은 하늘’ 출신 김재기는 3집 앨범(1994)에 참여해 극적인 부활을 이끌었다. 수록곡인 ‘사랑할수록’은 명곡으로 남았으나 김재기는 녹음이 끝날 무렵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가 살아 있었다면 부활이 다른 역사를 썼을 것이라는 게 평론가들 견해다. 박완규가 참여한 5집(1997)도 ‘론리 나잇’이라는 스테디송을 남겼다.
김태원은 탁월한 보컬리스트를 뽑는 데 천재적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2000년대 부활의 건재를 알리는 데 이바지한 정동하는 녹음실에서 임재범의 ‘고해’를 부르는 걸 보고 단숨에 멤버로 영입했다. 이승철도 너무 곱상하게 생겼다는 멤버들의 반대에도 영입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밴드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왔다는 점이 아닐까. 음악도 사랑처럼 ‘순정’이 있어야 팬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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