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구업체에 ‘스마트팜 지원 예산’…중기 나눠먹기 전락한 이것
공모사업 평균 경쟁률 1:1
신청만 하면 무조건 선정돼
실제 심사가 이뤄지지 않기도
R&D예산 ‘뿌리기식’으로 지급해
연관성 없는 사업 지원으로 변질
◆ 줄줄 새는 R&D 예산 ◆
형식상 공모지만 특정기관만 수행 가능하도록 기획된 사업도 포착됐다. 산림과학기술실용화지원사업은 ‘골담초 추출물을 이용한 눈 건강 개선 건강기능 식품개발’처럼 극도로 구체적인 분야에서 선행 연구성과를 보유한 특정 기관만 참여할 수 있도록 공모를 진행해 특정기관에 대한 특혜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경쟁력 있는 기술개발에 집중 투자하지 않고 단순 기술개량처럼 거저먹기식 쉬운 과제를 지원하는 경우도 많았다. 전기로 제강공정 디지털화를 통한 고효율 조업기술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다른 나라에서 이미 제품양산에 활용중인 스펙을 사업 목표로 설정해 R&D 예산투입 당위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기획부터 시행까지 한 업체가 모두 맡거나 유관기관이 시행한 폐쇄적 자가발전형으로는 A기술원이 항공교통기술개발사업 과제를 기획하고 수행까지 한 사례가 있다. B협회가 도시건축연구사업 과제를 기획하고 주관연구기관으로 선정된 사례, 차세대계량기술개발사업과 스마트계량측정기술기반조성사업을 유관 협회인 C협회가 기술수요조사를 한 뒤 주관연구기관으로 참여한 사례도 나타났다.
특히 R&D 예산을 뿌려주기식으로 지급하다 보니 R&D가 사실상 중소기업에 대해 연관성도 없는 사업 지원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정부의 사회적경제혁신성장 사업 R&D는 다양한 지역자원과 연계한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사업이지만, 취지와 달리 기술력이 낮거나 사업과 큰 연관성이 없는 업종의 기업에 지원됐다. 이 사업과 관련해 연매출액 5억원 미만의 영세 가구제조업체가 엉뚱하게 스마트팜 표고버섯과 친환경 기능성 화장품 개발 과제를 수주한 사례도 있었다.
대북지원 사업과 연관이 있는 중소기업들이 문재인 정부 시절 R&D 과제를 여러건 중복으로 따낸 사례도 여러 건 파악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농업법인 D사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16건의 정부 R&D 과제에 선정됐다. 이는 연도마다 이어지는 계속과제들로 인해 중복되는 건수를 제외한 후 집계한 수치다. 이 회사는 2011년부터 북한에 인도적 차원의 종자 지원 사업을 해온 대북 지원 관련 기업이다. 대북 관련주로 주목받으며 문 전 대통령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주가가 뛰는 등 수혜를 받기도 했다.
E사도 같은 기간 3건의 정부 R&D 과제를 따냈다. 역시 대북지원 관련 기업으로 분류된다. 지난 2018년 한국농기계협동조합은 ‘남북 농기계교류협력 추진방안 좌담회’를 개최했는데, E사 대표가 조합 이사장으로서 좌담회에 자리했다.
일부 성과를 내는 사업까지 정부 칼질을 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IST) 대표 사업인 융합연구사업 예산은 530억원으로 올해(820억원)보다 약 35% 삭감됐다. 정 의원은 “융합연구사업은 출연연의 연구 경쟁력을 높이고 산학연 협력을 통해 우수한 성과를 내는 사업인데도, 과기정통부가 출연연 융합연구에 더 많은 지원을 쏟기는커녕 후퇴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기존 R&D 평가 자체가 지나치게 관대하게 이뤄져 지속 여부를 평가하는 지표가 될 수 없고 혁신성과 기술의 실제 적용 여부를 따져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R&D 평가가 당초 계획 대비 진도 달성 여부만 평가해 사실상 모든 사업이 ‘성공’으로 집계돼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가령 2022년도 129개 R&D사업 중간평가 결과 ‘미흡’ 평가를 받은 사업은 단 한 개에 불과했다.
R&D 예산 삭감을 놓고 정부과 야당 입장이 팽팽히 갈리고 있어 10일 시작되는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R&D 예산 원상회복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한 한편 정부는 R&D 분야도 예산 효율화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 격론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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