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만 관리된다면… 100만 인파 무탈히 견딘 불꽃축제

이서현 2023. 10. 8. 19: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찰·주최측·지자체 사전 준비 철저
시민들, 당국 대응에 "안심했다" 반응
'불꽃 뷰' 거래, 쓰레기산 여전히 문제
2023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박시몬 기자

'펑펑펑!'

'2023 서울세계불꽃축제'가 개최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형형색색 불꽃이 하늘에 다채로운 모양의 수를 놓자 곳곳에서 "우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불꽃 장면을 휴대폰에 담기 바빴고, 젊은 커플들은 서로를 껴안은 채 하늘을 바라보며 웃었다.

약 1시간 진행된 행사가 끝난 후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집으로 향한 시민들은 대체로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며 안심하는 모습이었다. 대구에서 왔다는 구지영(28)씨는 "인근 편의점에 갔을 때 사람이 너무 많고 정신이 없어서 무서웠지만 곳곳에 경찰과 안전요원이 많아 괜찮았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서 100만 명의 인파가 몰린 불꽃축제는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이후 사람이 몰리는 행사에 대한 걱정이 컸고 이상동기 범죄 발생 우려도 있었지만, 서울시·경찰, 주최자, 그리고 시민들이 각별히 안전에 유념하면서 대형 행사가 무사히 끝났다.

8일 소방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30분 기준으로 불꽃축제와 관련한 소방 신고 건수는 △병원 이송 7건 △현장 처치 73건 △의약품 제공 14건 등 총 94건 접수됐다. 병원 이송자는 모두 경상이었고, 현장 처치 역시 특이사항 없이 완료됐다. 112 신고도 200건 가까이 접수됐지만 압사 우려 등 심각한 내용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최측, 경찰, 지자체 함께 노력

2023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수많은 텐트가 펼쳐져 있다. 권정현 기자

행사에 관여한 민관 관계자들은 어느 때보다 안전 관리에 철저하게 대비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행사였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이번 축제를 위해 지난해보다 관리 인력을 26% 늘려, 경찰 포함 3,200여 명의 안전요원을 투입했다. 축제 행사장과 가까운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은 역내 혼잡도에 따라 무정차로 열차를 통과시켰고, 축제가 임박하면서 곳곳에 사람이 몰리기 시작하자 '(특정 장소의) 출입을 막는다'는 안내 문자를 끊임없이 발송하며 사전 위험성을 알리기도 했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매년 행사를 열어온 한화도 이번엔 더 특단의 준비 태세를 갖췄다. 실시간으로 밀집도를 집계하고 운영본부에서 현황을 파악해 송출하는 안전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행사 당일 활용했다. 또 한강공원 일대 약 10m에 1명씩 봉사자와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한화 관계자는 "행사 2주 전부터 수시로 상황별 모의 훈련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낮에는 안전요원들이 수시로 모여 테러·사고 발생을 가정하고 시민들을 재빨리 이동시키는 훈련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2023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5번출구 앞 횡단보도에서 경찰이 축제를 관람하고 귀가하는 인파를 통제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경찰은 흉기난동 등 이상동기 범죄가 잇따랐던 점을 고려해 인파 관리와 범죄 예방활동을 병행했다. 이날 낮부터 여의나루역과 공원 입구 등 축제 인파가 과도하게 쏠릴 수 있는 지점에 50m마다 경찰 병력이 배치됐다. 주요 장소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공유하는 현장 합동상황실을 운영해 혹시 모를 사고 및 범죄 발생에 대비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상동기 범죄와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따로 경력을 배치해 순찰에 나섰다"고 전했다.


반복되는 문제는 여전히 걱정

2023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에 쓰레기 산이 만들어져 있다. 정다빈 기자

스스로 안전을 챙기고자 한 시민들의 의식도 돋보였다. 급격히 인파가 몰릴 때마다 시민들은 "천천히 움직이자"고 외치며, 일부러 발걸음을 멈추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모습이었다. 4년째 행사에 참여했다는 조우리(33)씨는 "혼잡하긴 했지만 이태원 경험이 있어서인지 올해는 사람들이 특히 조심하는 분위기였다"며 "통제 구간이 유독 많았지만 돌아가더라도 안전하게 통행하자는 생각들이 많아 크게 불만은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반복되는 쓰레기 문제는 여전

다만 지나친 돈벌이와 질서 의식 부재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문제는 올해도 반복됐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불꽃 축제를 6시간 동안 관람할 수 있는 아파트 대여권을 70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게시돼 빈축을 사기도 했다. 쓰레기와 담배꽁초 문제도 여전했다. 축제가 마무리되고 시민들이 떠나고 난 뒤 공원 곳곳에는 쓰레기 산이 세워졌고, 거리 곳곳에는 담배꽁초가 널려 있었다.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정다빈 기자 answer@hankookilbo.com
박시몬 기자 simon@hankookilbo.com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