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욱 칼럼] 윤석열 정부, 왜 점점 극우화되나
신진욱 |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윤석열 정권이 갈수록 ‘극우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계속됨에 따라, 그 정확한 실상과 배경, 의미를 이해할 필요도 커지고 있다.
어떤 정권이 다음 세 요건에 해당하는 만큼 ‘극우 정권’이라 할 수 있다. 첫째, 권력자들이 공적 발언에서 극우 논리를 전파한다. 둘째, 극우 성향 인물들이 국가기관의 요직을 차지한다. 셋째, 정부가 극우적 원리에 입각하여 정책을 펼친다. 이렇게 봤을 때 윤석열 정권은 극우인가? 상당한 정도로 그렇다.
담론의 측면에서 현 집권 세력은 정치적 반대자들을 ‘반국가 세력’, ‘이적단체’, ‘종북주사파’, ‘공산주의자’로 공격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데, 이는 민주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합의를 흔드는 행위다. 권력의 측면에서도 경제사회노동위원장, 과거사정리위원장, 방송통신위원장 등 공공기관장부터 통일부, 보훈부, 국방부, 문체부 등 중앙부처 장관까지 극우 성향 인물로 채워지고 있다. 정책에서도 공공시설물에 대한 사상 통제, 노동·시민단체와 비판적 언론에 대한 이념 공세, 극우단체들과 정권의 밀착 등 사태가 심각하다.
왜 윤석열 정부는 이렇게 극우화의 길을 가고 있는가? 지지층 결집용, 총선 전략, 대통령의 성향 등 나름대로 타당한 여러 해석이 있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것은 한국 사회와 정치에서 극우의 힘이 점점 더 커져온 역사적 과정과, 그 결과로 만들어진 현재의 정치 지형을 이해하는 일이다.
먼저 윤 정부의 극우 정치가 사소한 시대착오적 희극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민주화 이후 수십년간 진행되어 왔고 지금도 진행 중인 거대한 백래시의 한 장면임을 직시해야 한다. 독재 종식 후 정치사회적 변화들에 대한 격렬한 반발이 크게 세차례 일어났다.
1차 백래시는 민주화 직후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자유총연맹 등 여러 우익단체가 이때 창립됐고, 지금까지 조직망과 자원들을 확장시켜왔다. 더 강력한 2차 백래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였다. 냉전반공주의, 신자유주의, 기독교근본주의 세력의 조직화와 집단행동, 이념적 체계화가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이 우파 운동들은 위기의식에서 출발했지만, 사회 대개조의 기획과 행동주의로 무장해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이 호전적 우익 세력들이 권력의 중심에 들어왔다.
보수 정권은 국민의 75%가 지지한 촛불과 탄핵으로 막을 내렸지만, 곧이어 3차 백래시의 대폭발이 일어났다. 그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보다 훨씬 더 적대적이고 격렬했으며, 우익 대중들은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정치집회로 결집했다. 반북, 반좌파, 반복지, 반노동, 반여성 등 다방면의 백래시가 연계됐다. 이처럼 1차, 2차, 3차 백래시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는 상당한 규모의 의식화되고 활동적인 극우 세력이 형성됐다. 그들이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권력의 무대에 올라 뛰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윤 대통령이 그의 정신세계를 반공·자유의 구호로 채우고, 올드라이트와 뉴라이트의 전사들을 공직에 앉히게 된 데는 구조적 배경이 있다. 지금 한국 보수정치의 정신적, 인적 자원을 극우가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보수는 극단주의를 억제할 만한 세련된 이념과 활동적 세력을 만들지 못했고, 그 결과 극우들은 그들의 자격과 능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너무 큰 권력을 갖게 되었다.
보수 엘리트들은 이러한 극우 정치를 간혹 우려하고 때론 거리를 유지하지만, 결국은 용인하고 엄호한다. 그 이유는 진보 세력이 힘을 갖게 되는 것을 무엇보다 원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진보주의자들과 함께, 또 그들과 경쟁하면서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것보다 극우에 의탁해서라도 보수의 권력을 확실히 보장받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같은 보수-극우 동맹을 유도하는 힘은 오늘날의 양극화된 적대적 정치다. 윤 정부의 양대 권력인 검찰과 극우는 타인을 처벌하고 공격하는 기술이 가장 발달한 집단이다. 검찰과 극우가 배출한 정치집단이 보수의 수호자로 나설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은 증오의 정치다. 탄핵 때 형성된 보수-진보 촛불시민 연합이 허망하게 해체된 것이 통탄스럽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극우화는 민주화 이후 커져온 백래시의 힘이 오늘날 양극화된 대결정치 속에서 더욱 강력해져서 국가의 심장부까지 들어오는 과정이다. 우리는 이 현실에 맞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도덕적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그와 더불어, 한국 사회가 어떻게 해서 이러한 극우의 성장을 허용하게 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우리는 반드시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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