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욱 칼럼] 윤석열 정부, 왜 점점 극우화되나

한겨레 2023. 10. 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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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욱 칼럼]윤 정부 극우화는 민주화 이후 커져온 백래시의 힘이 오늘날 양극화된 대결정치 속에서 더욱 강력해져서 국가의 심장부까지 들어오는 과정이다. 우리는 이 현실에 맞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도덕적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더불어, 한국 사회가 어떻게 해서 극우의 성장을 허용하게 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신진욱 |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윤석열 정권이 갈수록 ‘극우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계속됨에 따라, 그 정확한 실상과 배경, 의미를 이해할 필요도 커지고 있다.

어떤 정권이 다음 세 요건에 해당하는 만큼 ‘극우 정권’이라 할 수 있다. 첫째, 권력자들이 공적 발언에서 극우 논리를 전파한다. 둘째, 극우 성향 인물들이 국가기관의 요직을 차지한다. 셋째, 정부가 극우적 원리에 입각하여 정책을 펼친다. 이렇게 봤을 때 윤석열 정권은 극우인가? 상당한 정도로 그렇다.

담론의 측면에서 현 집권 세력은 정치적 반대자들을 ‘반국가 세력’, ‘이적단체’, ‘종북주사파’, ‘공산주의자’로 공격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데, 이는 민주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합의를 흔드는 행위다. 권력의 측면에서도 경제사회노동위원장, 과거사정리위원장, 방송통신위원장 등 공공기관장부터 통일부, 보훈부, 국방부, 문체부 등 중앙부처 장관까지 극우 성향 인물로 채워지고 있다. 정책에서도 공공시설물에 대한 사상 통제, 노동·시민단체와 비판적 언론에 대한 이념 공세, 극우단체들과 정권의 밀착 등 사태가 심각하다.

왜 윤석열 정부는 이렇게 극우화의 길을 가고 있는가? 지지층 결집용, 총선 전략, 대통령의 성향 등 나름대로 타당한 여러 해석이 있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것은 한국 사회와 정치에서 극우의 힘이 점점 더 커져온 역사적 과정과, 그 결과로 만들어진 현재의 정치 지형을 이해하는 일이다.

먼저 윤 정부의 극우 정치가 사소한 시대착오적 희극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민주화 이후 수십년간 진행되어 왔고 지금도 진행 중인 거대한 백래시의 한 장면임을 직시해야 한다. 독재 종식 후 정치사회적 변화들에 대한 격렬한 반발이 크게 세차례 일어났다.

1차 백래시는 민주화 직후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자유총연맹 등 여러 우익단체가 이때 창립됐고, 지금까지 조직망과 자원들을 확장시켜왔다. 더 강력한 2차 백래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였다. 냉전반공주의, 신자유주의, 기독교근본주의 세력의 조직화와 집단행동, 이념적 체계화가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이 우파 운동들은 위기의식에서 출발했지만, 사회 대개조의 기획과 행동주의로 무장해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이 호전적 우익 세력들이 권력의 중심에 들어왔다.

보수 정권은 국민의 75%가 지지한 촛불과 탄핵으로 막을 내렸지만, 곧이어 3차 백래시의 대폭발이 일어났다. 그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보다 훨씬 더 적대적이고 격렬했으며, 우익 대중들은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정치집회로 결집했다. 반북, 반좌파, 반복지, 반노동, 반여성 등 다방면의 백래시가 연계됐다. 이처럼 1차, 2차, 3차 백래시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는 상당한 규모의 의식화되고 활동적인 극우 세력이 형성됐다. 그들이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권력의 무대에 올라 뛰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윤 대통령이 그의 정신세계를 반공·자유의 구호로 채우고, 올드라이트와 뉴라이트의 전사들을 공직에 앉히게 된 데는 구조적 배경이 있다. 지금 한국 보수정치의 정신적, 인적 자원을 극우가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보수는 극단주의를 억제할 만한 세련된 이념과 활동적 세력을 만들지 못했고, 그 결과 극우들은 그들의 자격과 능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너무 큰 권력을 갖게 되었다.

보수 엘리트들은 이러한 극우 정치를 간혹 우려하고 때론 거리를 유지하지만, 결국은 용인하고 엄호한다. 그 이유는 진보 세력이 힘을 갖게 되는 것을 무엇보다 원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진보주의자들과 함께, 또 그들과 경쟁하면서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것보다 극우에 의탁해서라도 보수의 권력을 확실히 보장받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같은 보수-극우 동맹을 유도하는 힘은 오늘날의 양극화된 적대적 정치다. 윤 정부의 양대 권력인 검찰과 극우는 타인을 처벌하고 공격하는 기술이 가장 발달한 집단이다. 검찰과 극우가 배출한 정치집단이 보수의 수호자로 나설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은 증오의 정치다. 탄핵 때 형성된 보수-진보 촛불시민 연합이 허망하게 해체된 것이 통탄스럽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극우화는 민주화 이후 커져온 백래시의 힘이 오늘날 양극화된 대결정치 속에서 더욱 강력해져서 국가의 심장부까지 들어오는 과정이다. 우리는 이 현실에 맞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도덕적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그와 더불어, 한국 사회가 어떻게 해서 이러한 극우의 성장을 허용하게 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우리는 반드시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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