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합종연횡’ 속 시진핑은 미국에 갈까
[세계의 창]
[세계의 창] 왕신셴 |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소장
‘합종연횡’은 2300년 전 중국 전국시대에 강대국과 각 국가 간에 이뤄진 상호 관계를 이르는 말이다. 각국은 강대국을 막기 위해 동맹을 맺었고, 강대국은 이들의 단결을 깨기 위해 여러 외교·군사책을 썼기 때문에, 국가 간 협력과 대결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미-중 전략 경쟁도 양국의 직접 대결 외에 이들이 펼치는 합종연횡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지난 8월18일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공동 정상회담을 했고, 각국 정상이 따로 회담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캠프 데이비드에 외국 정상을 초대해 안보협력,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 북한의 군사도발, 양안 관계 등을 논의했다. 그 결과를 모아 ‘캠프 데이비드 정신’, ‘캠프 데이비드 원칙’, ‘협의에 대한 공약’ 등 3건의 문서를 발표했다. 최근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 대신 ‘전략적 명확성’으로 방향을 틀고, 한-일 관계까지 개선되면서 미국은 더욱 확고한 ‘한·미·일 동맹’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한·미·일 협력 강화를 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자신을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작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은연중에 형성된 것과 같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기존의 강경한 태도를 바꿔, 시진핑 국가주석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덕수 총리와 만나 한국 방문을 신중히 검토하고 한·중·일 정상회담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이후 중·러·북 관계까지 고려하면, 동북아 각국의 합종연횡 추세가 뚜렷해지고, 변동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다음으로 지난 8월22~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제외하고, 브라질과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상이 참석했다. 정상들은 내년에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등 6개 회원국을 추가하기로 했다. 시진핑은 회의 연설에서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무리를 결성해 자기편 법과 규율을 국제 규칙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하는 등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발언했다. 중국은 브릭스를 확장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에 대항할 수 있는 유리한 국제 질서를 형성하려고 하지만 인도·브라질·남아공 역시 합종연횡을 통해 자국의 국익을 높이려 하고 있다.
지난달 9~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시진핑 대신 리창 총리가 참석했다는 점이다. 2008년 G20 정상회의가 시작된 뒤 중국 최고지도자가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진핑의 불참 이유를 놓고 주최국 인도와의 영토 분쟁, 국내 문제 등이 거론되지만, 미-중 전략 경쟁이 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진핑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려 한 것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비슷하게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도 한 요인으로 보인다.
미국의 합종연횡 능력이 분명히 중국을 앞서는 상황에서, 시진핑은 불리한 위치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를 원하지 않고, 서두르지도 않을 것이다. 실제 시진핑은 7월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 8월 브릭스 정상회의, 10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10주년 정상회의 등 미국 없이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고, G20 정상회의와 유엔총회 등 미국이 주도하는 회의에는 불참하고 있다. 시진핑이 다음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지 여부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이 급한지, 미국이 동맹국들과 어떤 분위기를 조성해 시진핑을 맞이할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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