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동 전면전’ 불씨 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중재 서둘러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정면충돌하며 중동이 50년 만에 최악의 전쟁위기로 치닫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 7일 새벽(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영토로 ‘알 아크사의 홍수’ 작전을 기습적으로 감행했고, 이스라엘은 반격에 나서며 전쟁을 공식 선언했다. 교전 이틀째인 8일에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까지 하마스에 가세했다. 양측 사상자가 벌써 수천명에 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의 화약고’인 이곳에서 전쟁의 불길이 확대되면 국제정치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양측이 하루빨리 전쟁을 중단하고, 협상으로 타협점을 찾도록 국제사회가 긴급히 나서야 한다.
하마스는 중동 최강이라는 이스라엘 첩보망과 방공망 ‘아이언돔’을 뚫고 수천발의 로켓 공격을 감행한 데 이어 이례적으로 무장대원을 이스라엘 영토에 침투시켰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다수를 학살·납치하는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통치 역량을 파괴하겠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강력한 군사보복을 예고했다. 중동 평화를 깬 하마스의 도발은 규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책임도 크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극우성향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는 지난 1년간 요르단강 서안 등에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밀어붙여 팔레스타인은 물론 국제사회의 비판을 샀다. 팔레스타인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경고가 현실이 된 것이다.
하마스의 이번 도발은 승자 없는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군이 포로 구출차 가자지구를 점령할 경우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3차 인티파다’(저항운동)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해온 이스라엘과의 외교 정상화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사법부 무력화 법안 강행으로 궁지에 몰렸던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만 득을 볼 가능성이 있다.
하마스를 지원해온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 발발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동 각국이 차례로 전쟁의 불길에 휩싸이고, 국제질서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게다가 국제유가가 들썩이게 되면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도 적지 않을 것이다. 얽히고설킨 갈등을 단박에 풀 방법은 없지만, 전쟁은 그 답이 될 수 없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전투를 멈추고, 국제사회는 서둘러 중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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