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의 춤과 함께] 호흡을 맞추다
역량 뛰어나도 감동 못줘
인생도 서로 맞춰 나가야
내 나이의 절반이 넘는 춤 인생 동안 수많은 파트너가 있었고, 그중 좋은 파트너는 상대방을 섬세하게 느끼고 배려하며 같이 호흡하고 춤추는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가끔 여자 무용수를 짐짝마냥 들었다 내리고 잘만 잡아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남자 무용수가 있는데 아무리 잘 잡아줘도 가장 힘든 파트너의 유형이다. 물론 여자 무용수도 혼자서 잘 서 있고, 잘 뛰면 좋은 파트너라고 할 수 있지만 2인무는 두 무용수의 역량과 테크닉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 관객에게 감동을 전달할 수가 있는 것이다.
남녀의 듀엣은 테크닉, 안무, 음악의 해석이 다르면 조화를 이루어 내기가 힘들기에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간혹 짧은 시간에 만나 춤을 춰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에게 가장 놀라웠던 경험은 공연 도중 여성 주역 무용수 부상으로 새로운 파트너와 연습 한번 없이 2막 중간에 바로 투입되어 공연을 했던 것이다. 처음 만난 두 무용수가 연습 한 번 없이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음악이라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춤을 추었고, 공연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각자 수만가지 동작을 언제 하게 되는지 말로 설명하기 힘들고, 서로 음악을 듣는 것이 다르면 누구는 원(one)에 발을 내놓고 누구는 투(two)에 발을 내놓게 되어 점프나 리프트 동작에서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무용수는 음악이라는 룰 또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서로 타이밍을 맞추고 많은 연습을 통해 춤을 춰야 한다.
연륜 있는 무용수는 파트너의 손만 잡아도 성격은 물론 어떤 스타일인지 느낄 수 있는데 서로 다른 스타일의 춤을 추더라도 좋은 무용수는 상대방의 춤도 자신의 스타일로 승화할 수 있으며 같은 호흡으로 음악을 듣고 파트너와 춤을 출 수 있다.
나는 초창기 발레단 시절엔 선배 남자 무용수에게 파트너십을 배웠고, 오랫동안 후배 무용수들과 같이 파트너를 하며 서로 배워 나갔다. 간혹 후배들이 따라오지 못하면 신경질을 내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꽤 까탈스러운 선배로 보였을 것 같다. 이 지면을 빌려 미안한 마음을 전해 본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길 수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호흡을 맞추는 것일까. 일단 호흡을 맞춘다는 한국어 표현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호흡마저 같이 맞춰서 쉰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을 섬세하게 느끼고 배려한다는 것 아닐까. 만약 그 호흡이 서로 같다면 엄청난 파트너십일 것이다. 작품의 가장 하이라이트이며 극을 이끌어 나가는 두 주인공이 관객에게 감동을 주고 서로를 작품 안에 녹여내기 위해 같은 템포로 호흡하고 서로를 맞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테크닉이 좋은 두 무용수라도 음악성의 차이, 작품 해석의 차이로 서로 다르게 듣고 해석해버리면 둘의 파트너십은 부조화를 이루어 감동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파트너들을 만나며 모든 인간관계도 서로 맞춰 나가는 파트너십이라고 생각한다. 춤은 음악이라는 룰이 있듯 인생은 직접적·간접적 경험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호흡을 맞추어 나가면 인생이라는 춤이 훨씬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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