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역대 최고 강서구청장 사전투표율, ‘정치복원’ 열망 증표다
지난 6~7일 실시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이 22.64%로 재·보궐 선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존 최고치인 2021년 4·7 재·보궐 선거(20.54%)보다 높고, 지방선거 중 가장 높았던 지난해 6·1 지방선거(20.62%) 투표율도 넘어섰다. 이번 보궐선거가 내년 총선의 전초전 성격임을 감안하면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 의미를 가볍게 볼 수 없다. 민생위기·정치실종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시민들의 열망이 분출했다고 봐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사전투표 열기가 이처럼 뜨겁자 여야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강서구민의 재개발 열망과 대표 사법 리스크만 옹호해온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심판”,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심판론에 지역 민심이 부응한 결과”라고 했다. 적극적 지지층의 결집이 역대급 사전투표율을 이끌어낸 만큼 서로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사전투표 열기가 당일 현장투표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판이 이처럼 커진 데는 윤심(윤석열 대통령 지지)의 지원을 받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의 재출마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선거는 전 구청장이었던 김 후보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무마 의혹을 폭로해 받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되면서 치러지게 됐다.
그런데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를 윤 대통령이 사면했고 여당은 재공천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자당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심지어 선거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를 공천했다. 법치를 훼손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하고 무책임한 행태가 기초단체장 1명을 뽑는 선거를 전국·정치 선거로 만든 것이다.
사전투표제가 2014년 도입된 이후 정착 단계에 들어선 만큼 투표율로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수는 있다. 그러나 ‘22.64%’라는 기록적인 투표율에 ‘정치실종’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시민들의 의지가 반영돼 있음은 틀림없을 것이다. 집권 1년 반 동안 민생·경제 위기 대응은 뒷전인 채, 불통과 독주로 일관해온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준엄한 경고로 읽어야 한다.
민주당에 대한 심판도 사전투표율에 담긴 민심의 한 축이다. 168석의 거대 정당이 이재명 대표 취임 이후 ‘당대표 지키기’에 신경 쓰느라 윤석열 정부 실정 견제와 민생 챙기기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민주당은 겸허히 새겨야 한다. 역대 최고의 사전투표율을 정권 심판론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투표장의 민심을 오독하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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