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르자크의 격정적 선율…런던 필 만나 파도처럼 일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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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거대한 풍광이 눈 앞에 펼쳐지고, 드보르자크의 피 끓는 열정이 느껴진 자리였다.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긴밀한 호흡과 극적인 악상 표현,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단단한 응집력과 음향적 입체감을 갖춘 연주는 우레와 같은 청중의 환호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이날 가드너가 이끈 런던 필하모닉은 1400여 석의 콘서트홀을 쩌렁쩌렁 울릴 만큼의 거대한 음향으로 잠재력을 드러냈고, 끝까지 좋은 연주를 선보이겠다는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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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거대한 풍광이 눈 앞에 펼쳐지고, 드보르자크의 피 끓는 열정이 느껴진 자리였다.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긴밀한 호흡과 극적인 악상 표현,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단단한 응집력과 음향적 입체감을 갖춘 연주는 우레와 같은 청중의 환호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지난 6일 경기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린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 얘기다.
오후 7시30분. 2021년부터 런던 필하모닉 수석지휘자를 맡아 온 에드워드 가드너는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무대로 걸어 나왔다. 그러나 첫 곡인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 연주는 다소 불안했다. 동굴로 밀려오는 파도를 생동감 있게 표현해야 하는 서두에서 악단의 소리가 한데 합쳐지지 못하고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면서 소란스러운 인상을 남겼다. 또 통상 연주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바다의 움직임, 동물 울음소리 등 작품에 담긴 세밀한 표현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인물은 뉴욕타임스가 극찬한 독일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였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3대 바이올린 협주곡’ 중 하나인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에선 흔들리는 음정, 경직된 보잉(활 긋기) 탓에 브람스 특유의 견고한 구조와 짜임새를 풀어내는 데 한계가 느껴지기도 했는데, 다행히 2악장부터는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현에 가하는 장력, 활의 속도 등을 섬세하게 조절하면서 때로는 울부짖는 듯한 애절한 음색으로, 때로는 웅장한 음색으로 풍부한 서정을 읊어냈다. 마지막 악장에선 유려한 활 테크닉으로 악곡 특유의 싱싱한 활기를 불어넣었다. 중요 음에 비브라토를 강하게 넣어 화려한 음색을 덧입히다가도 몇몇 음은 아예 비브라토를 뺀 채 담백하게 처리한 연주가 노련했다.
2부는 보헤미안적 색채가 짙게 반영된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으로 채워졌다. 런던 필하모닉의 저력은 그제야 제대로 발휘됐다. 가드너는 첫 소절부터 각 악기군의 소리를 정교히 조형해 나가면서 작품 특유의 어두운 색채와 불꽃이 피어나는 듯한 격렬한 장면을 연출했다. 비장한 악상과 목가적 악상을 오가는 구간에서는 청중이 알아챌 수 없을 만큼 치밀하게 분위기 전환을 이뤄냈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4악장. 가드너의 명료한 지시에 따라 각 악기군은 제한된 음량과 정제된 음색으로 후경에 빠져있다가도 금세 투쟁적인 음색과 거대한 음량으로 전경에 달려 나오며 풍부한 입체감을 만들어냈다. 마치 거대한 음의 물결이 파도치는 듯한 순간이었다. 각 선율이 켜켜이 층을 이루며 만들어낸 응집력 있는 소리와 광대한 에너지는 숨이 가빠지는 듯한 극한의 긴장감마저 선사했다.
이날 가드너가 이끈 런던 필하모닉은 1400여 석의 콘서트홀을 쩌렁쩌렁 울릴 만큼의 거대한 음향으로 잠재력을 드러냈고, 끝까지 좋은 연주를 선보이겠다는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들의 다음 무대를 기대하게 할 만한 연주였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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