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무장세력, 안식일 새벽 기습…"이스라엘판 9·11 참사"

정인설/김리안 2023. 10. 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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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에 휩싸인 가자지구
하마스, 패러글라이더 동원
무장대원 육지·공중 등 침투
레바논 헤즈볼라까지 참전
'新 중동전쟁'으로 확전 우려
美중재 '중동 해빙무드' 차질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아가야 조금만 참아’ >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에서 아이를 안은 한 여성이 경찰의 도움을 받아 대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가자지구가 다시 화염에 휩싸였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고 이스라엘군이 보복 공습을 가하면서다. 이후 이스라엘 정부가 전쟁을 공식화하고 다른 이슬람 무장세력 헤즈볼라도 참전하면서 전선이 확전되는 양상이다. 미국 중재로 추진돼 온 이스라엘과 아랍 진영의 화해 움직임인 ‘중동 데탕트’가 도전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참전하는 이슬람 무장세력 확대

유대 안식일인 7일(현지시간) 일어난 양측의 무력 충돌은 하마스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됐다. 하마스는 이날 새벽 이스라엘 남부를 겨냥해 2500발 이상의 로켓포를 쏘고, 지상에선 대원들을 침투시켰다. 하마스는 또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와 함께 분리장벽 철조망을 뚫거나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이스라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경찰은 자국에 침투한 대원 규모를 200~300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교전 둘째날인 8일까지 이스라엘에서 600명이 넘는 주민이 숨지고 최소 204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점령한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에서도 사상자가 속출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313명이 죽고 1990명의 주민이 부상당했다고 발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의 치명적 공격 때문에 우리는 전쟁에 나서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가자지구의 전력 공급을 중단하고 외부 물품 전달을 차단했다.

이스라엘의 공세가 거세지자 다른 이슬람 무장세력도 가세하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점령지를 공격하자 이스라엘이 대응 포격을 가했다.

 신(新)중동전쟁으로 비화하나

< 하마스가 쏜 로켓 >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마스는 이번 공격 이유로 이스라엘의 탄압을 내세웠다. 칼리드 카도비 하마스 대변인은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만행을 중단시켜달라”며 “이 모든 것이 이번 전투를 시작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중동 평화 흐름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마스 최고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는 연설을 통해 “저항 세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이스라엘이 누군가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점을 아랍 형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알린다”며 “이스라엘과 맺은 모든 관계 정상화 합의가 팔레스타인 분쟁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2020년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과 이른바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했다. 최근엔 미국 중재로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정상화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의 이번 공격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팔레스타인이 소외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 협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우디는 그동안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하는 전제 조건으로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 출범을 내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을 벌이면서 사우디가 난처한 입장이 됐다. 사우디 외교부는 이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측의 자제를 요구하면서도 “하마스의 공격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합법적 권리를 빼앗은 결과”라고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이란도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하며 이스라엘을 몰아세웠다.

CNN 방송은 이런 상황을 전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동 평화구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악재를 만났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동결조치를 풀어준 이란 석유자금 60억달러가 하마스의 기습 공격 자금으로 쓰였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이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을 정치적으로 공격할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김리안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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