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강으로 맵거나, 혹은 아주 순하거나" 라면맛도 '양극화'

류난영 기자 2023. 10. 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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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소비자 수요 세분화" 라면업계, 제품군 다양하게 확대
순하군 안성탕면. (사진=농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라면 맛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라면업계가 기존보다 매운맛을 강화한 제품을 잇따라 출시한데 이어, 최근엔 기존 맛보다 더 순해진 순한맛을 내세우면서다.

라면 수요가 세분화하면서 매운맛과 순한맛을 좋아하는 소비자를 동시에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라면업계가 매운맛에 이어 순한맛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농심은 1983년 선보인 안성탕면 출시 40주년을 맞아 신제품 '순하군 안성탕면'을 이달 23일 선보인다.

신제품은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으로 캡사이신 농도를 계량화해 매운맛을 측정하는 스코빌 지수가 0인 점이 특징이다.

최근 매운맛 라면 신제품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순한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공략하고 나섰다.

농심 순하군 안성탕면은 기존 안성탕면의 맛을 구성하는 된장과 소고기 육수에 닭육수를 더해 감칠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세분화되며 다양해지고 있다"며 "라면을 좋아하지만 얼큰함보다는 순한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비롯해 남녀노소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3대 라면 업체는 잇따라 기존 제품보다 매운맛을 더 강화한 신제품을 내놨다.

오뚜기는 기존 열라면에 마늘과 후추를 더한 '마열라면'을 지난 8월 출시했다.

1996년 출시된 '열라면'은 깔끔하게 매운 국물과 쫄깃한 면발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신제품은 깔끔한 매운맛이 특징인 열라면에 알싸한 마늘과 톡 쏘는 후추까지 더해 익숙하면서도 매력적인 새로운 매운맛을 구현했다.

오뚜기는 열라면 '모디슈머'(자신의 뜻대로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주로 첨가하는 부재료에 마늘, 후추 비중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신제품을 개발했다.

오뚜기는 "다양한 매운맛을 즐기는 소비자 입맛을 고려해 마늘, 후추, 고추 3가지 매운맛을 담은 '마열라면'을 개발해 이번달 중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매운 라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열라면 봉지면 판매량이 약 3배 뛰었다"고 말했다.

오뚜기 마열라면. (사진=오뚜기 제공)

농심도 신라면 보다 두 배 더 매운 '신라면 더 레드(The Red)'를 같은 달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이번 신제품은 캡사이신 농도를 계량화해 매운맛을 측정하는 스코빌지수가 7500SHU로 기존 신라면(3400SHU)의 두 배가 넘는다. 농심에서 판매하는 라면 중 가장 매운 제품인 앵그리 너구리(6080SHU)의 스코빌지수 보다 높다.

농심은 최근 소비자들의 매운맛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점을 고려해 신라면 더 레드를 개발했다.

청양고추의 양을 늘려 매운맛의 강도를 높인 동시에 신라면 고유의 감칠맛과 어울리는 후추·마늘·양파 등을 넣어 색다른 매운맛을 구현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더 레드는 신라면 본연의 아이덴티티인 '맛있는 매운맛'을 지키면서 보다 매운맛을 원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불닭으로 매운 볶음면 시장을 선점한 삼양식품도 매운 국물라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양식품은 8월 말 신규 매운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을 론칭하고, 신제품 3종 ▲맵탱 흑후추소고기라면 ▲맵탱 마늘조개라면 ▲맵탱 청양고추대파라면’을 출시했다.

신라면 더레드. (사진=농심 제공)

'맵탱'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매운 라면을 찾는 다양한 상황에 주목해 다채로운 매운맛을 구현했다. 스트레스 해소, 해장, 기분전환 등 각 상황에 적합한 매운맛을 완성하기 위해 ▲화끈함 ▲칼칼함 ▲깔끔함 ▲알싸함 ▲은은함 다섯 가지로 매운맛을 세분화해 다채로운 매운맛을 구현했다.

또 소비자들이 취향과 상황에 맞게 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도록 '스파이시 펜타곤' 지표를 개발해 맵탱 제품 패키지에 적용했다.

맵탱은 차별화된 콘셉트에 힘입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이 300만개를 넘어섰고, 일부 오픈마켓에서는 하루만에 3000개가 팔려 나가며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식품업계가 매운 맛을 잇따라 내 놓고 있는 것은 최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 사이에서 매운맛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자 이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매운 라면의 원조격인 삼양식품도 불닭 브랜드(면제품)가 7월 기준 2012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50억개를 돌파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최근에는 해외에서만 판매되는 불닭 제품이 현지 쇼핑이나 역직구 아이템으로 주목 받으며 해외 뿐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삼양식품, 매운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 모델에 정호연 선정. (사진=삼양식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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