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인용 방송사들 중징계 방통심의위에 "정권 하청 언론 검열기관"

박서연 기자 2023. 10. 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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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논평, 지난달 YTN·JTBC·KBS 과징금에 이어 또 JTBC·MBC에 과징금
TV조선과 채널A, MBN 등 보수 종편에는 행정지도 '권고'
이동관 방통위원장 "방통심의위에서 엄중 조치 예정" 발언 후 '긴급심의' 추진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가 지난달에 이어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에게 중징계인 법정제재 '과징금' 부과를 결정하자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추태다. 방통심의위는 정권의 보위를 위한 정권 하청 검열기관으로 전락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지난 6일 오후 민언련은 <정권 하청 검열기관으로 전락한 방통심의위> 논평에서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관련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빌미로 한 윤석열 정권의 전방위적 언론탄압이 거세지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심의 권한을 남용해 언론자유의 핵심인 보도 내용을 대상으로, 직접 의혹 제기를 한 것도 아닌 인용 보도한 데 대해 보기 드문 최고 수준의 징계를 무더기로 남발하고 노골적인 편파 심의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방통심의위

지난 5일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소위원장 류희림)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지난해 3월7일)·<PD수첩>(지난해 3월8일), JTBC <뉴스룸>(지난해 2월21일)에 최고 수위 징계인 법정제재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이날 회의 결과는 정부·여당 추천 위원 3인의 의견으로 결정됐다. 과징금은 방송사 재승인·재허가에 반영되는 중징계다. 반면, 같은 안건으로 올라온 보수 종편 채널 TV조선과 채널A, MBN에 대해선 경징계 수준의 행정지도 '권고'가 의결됐다.

앞서 지난달 25일 방통심의위는 KBS <뉴스9>, JTBC <뉴스룸>, YTN <뉴스가 있는 저녁>(지난해 3월7일)에 대한 제재를 확정한 바 있다.

KBS·MBC·YTN·JTBC에만 법정제재 과징금을 의결하고 TV조선·채널A·MBN 등에는 행정지도를 의결한 점을 언급하며 민언련은 “방통심의위가 권력에 우호적인 언론의 자유만을 보호하는데 앞장선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또 하나의 사례”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방통심의위의 이번 의결은 9월 초부터 진행된 '정권 하청 언론 검열기관'이라는 비판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앞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9월 4일 국회에 출석해 뉴스타파 보도를 '중대범죄이자 국기 문란행위'라고 규정하며 '방통심의위 등에서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4일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장제원) 전체회의에서 “인터넷 매체가 가짜뉴스를 퍼뜨린다. 소위 공영방송이라고 하는 곳들이 그것을 받아서 증폭시키고, 다른 특정 진영의 편향적인 매체들이 방송하고, 그것이 또 환류되는 말하자면 악순환의 사이클이다. 문제는 이것이 대선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 범죄행위 즉 국기문란행위”라며 “수사와 별개로 방통심의위 등 모니터하고 감시하는 곳에서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에서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질답하는 모습.

민언련은 “방통심의위는 민간독립기구이며, 방통위에는 내용심의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이동관 위원장의 허언으로 이해했다”며 “그런데 이동관 위원장 발언 하루 만인 9월5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여권 추천 허연회 위원이 돌연 '국회에서 논란이 된 내용'이라며 긴급심의를 제안하자, 야권 추천 옥시찬 위원이 불참하고 김유진 위원이 긴급심의에 반대해 퇴장한 상태에서 여권 추천 허연회·황성욱 위원 두 명이 찬성해 긴급심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민언련은 “이후 9월25일 최종 의결까지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은 이례적으로 방송소위원장을 겸하며 10월5일 또다시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방통심의위가 정권의 하부 검열기관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해당 법정제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언련은 “그야말로 군사독재정권 국가 검열 시대로의 회귀가 냉소만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 언론자유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에도 정권 비판적 보도에 대한 중징계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법원에서는 '재량권 남용'이라는 이유로 모두 취소시킨 바 있다”며 “정권 하청 검열기관으로 전락한 방통심의위에 경고한다. 극단적 정치편향에 기초한 무더기 중징계 남용은 한국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악화시키고 방송심의 처분의 신뢰와 권위를 실추시킬 뿐이다. 즉각 언론자유 파괴 행위를 중단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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