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어 중동마저 전쟁…세계대전 발발 우려

최현진 기자 2023. 10. 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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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이스라엘 공격하자 이스라엘도 보복
양측 사망자 총 550명 이상…확전 양상 우려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동에서 전쟁이 일어나면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질서가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과 서방국가 간 대결로 재편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양측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아시아에서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이스라엘군이 8일 가자지구 국경지역에 탱크를 배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민간인 수백 명이 숨지고 인질로 끌려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지구 426곳을 공격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번 공습으로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최소 256명이 숨지고 180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하마스도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 도시에 수천 발의 로켓과 포탄을 발사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기약없이 이어지는 와중에 또 다른 ‘화약고’인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 전쟁이 일어난 것은 점점 불확실해지는 세계 안보의 추세를 보여주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8일(현지시간) 안보 분야 각료를 소집, 심야 회의를 열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를 겨냥한 전쟁 돌입을 공식화했다.

전날 새벽 하마스의 기습 로켓 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분쟁으로 이스라엘에선 300명 이상이 숨지고 15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 무장대원들에게 붙들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끌려가 인질이 된 민간인도 상당수다.

이에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보복 폭격한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의 군사·통치 역량을 파괴한다는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중단없이 공세를 지속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다.

이번 사태는 미국의 중재로 추진돼 온 이스라엘과 아랍 진영의 화해 움직임인 이른바 ‘중동 데탕트’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중동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개선 속에 터진 이번 악재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에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이 “점령을 지속하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서 그들의 법적 권리를 박탈하고, 그들의 존엄을 겨냥한 체계적 도발이 반복된다면 긴장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N방송은 이 같은 상황을 들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동 평화구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악재를 만났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하마스의 이번 공격 배후에 이란을 위시한 이슬람 시아파 세력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란이 사우디를 위시한 수니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접근이 자국 안보와 지정학적 입지를 위협한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전략적으로 수니파인 하마스를 지원해 온 이란 고위 당국자들은 이번 사태 발발 직후에도 “자랑스러운 작전”이라며 하마스를 지지했다.

이스라엘 군인이 8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파괴된 이스라엘 경찰서 앞에 서 있다. AFP 연합뉴스


▶중동전쟁 또 일어나나

이 같은 의혹과 이미 팽팽한 긴장 수준 때문에 이번 사태가 1∼4차에 걸친 중동전쟁처럼 커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공격 배후가 이란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란이 특정한 공격에 연계돼 있다는 어떤 징후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세계 곳곳에서 각종 분쟁이 증가하는 추세의 연장선에 있다. 강대국의 영향력 공백 속에서 잠복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유일한 전략적 경쟁자로 지목한 중국과의 대결에 집중하면서 중동 등지의 분쟁에 개입을 줄이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뼈아픈 실패로 미국 국민의 여론이 악화하자 자국 실리를 강조하는 고립주의 성향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도 작년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거센 저항과 서방의 전방위 제재 때문에 영향력이 감소했다. 그 때문에 구소련권에서 그간 눌려있던 갈등이 표면화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지난달에는 캅카스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와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공격해 점령하는 것을 이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주둔시켜 온 러시아가 사실상 묵인하는 일도 벌어졌다.

올여름 아프리카에선 니제르와 가봉 등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국가들에서 잇따라 쿠데타가 발발, 반(反)서방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기도 했다.

동아시아에선 중국이 수년 내에 대만을 침공할 것이란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강화를 시도하는 한편 ‘핵무력 고도화’를 헌법에 명시하는 등 무력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지난 7일 가자지구 건물이 폭격을 당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이번 공격으로 적어도 232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하마스 왜 갑자기 대대적인 공격을 선택했나

하마스가 왜 ‘극단적 대결’을 선택했는지를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그 중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관계 개선에 재를 뿌리려는 의도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크고 작은 폭력 사태가 있었지만, 공습과 함께 처음으로 무장대원들을 이스라엘에 침투시키는 전례 없는 군사 행동을 하고, 이스라엘 군인은 물론 민간인까지 인질로 잡는 전쟁범죄의 행태까지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하마스는 표면적으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탄압 중단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칼리드 카도비 하마스 대변인은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이번 공격은 팔레스타인이 수십년간 겪어온 이스라엘의 모든 만행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사람들, 그리고 알아크사 같은 성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만행을 중단시켜달라”며 “이 모든 것이 이번 전투를 시작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지구상의 마지막 점령을 끝낼 가장 위대한 전투의 날”이라며 이스라엘을 향해 5천발의 로켓포탄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총을 가진 자는 모두 총을 꺼내 들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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