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던 유가 또 치솟나 … 중동 수입 20%나 늘린 한국 '불안'
원유·가스·석탄 3대 에너지
韓 수입액 1000억달러 육박
원유 중동 의존도 60% 달해
과거 이·팔 충돌땐 단기영향
"오일쇼크 때 같지는 않을 것"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하루 만에 전면전으로 불붙기 시작하며 최근 주춤하던 국제 유가가 재차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우크라이나발 에너지가격 상승을 견뎌왔던 유럽에 또 한 차례 유가 상승이 온다면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해 중동 원유 수입이 1년 새 20% 가까이 급등한 상태여서 중동발 불안감이 확산될 경우 국내 에너지 가격 부담을 키울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글로벌 시장 전문가들은 석유 시장이 과거 오일쇼크 당시와 다르게 재편됐고, 유가 상승 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국제적인 유가 관리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배럴당 100달러를 육박했던 국제유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 우려로 다시 급상승할 위기에 놓였다. 지난 일주일 새 9%가량 하락하면서 다시 배럴당 82달러대에 이르렀지만 다시금 90달러를 넘볼 수 있는 셈이다. 국제 원유 전문가는 과거 중동전쟁에 따른 오일쇼크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관측한다. 원유 시장 변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내년 미국 대선 등 산업 측면과 정치적 정황이 유가 급등을 억제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원유 시장 전문가인 자비에르 블라스는 블룸버그 사설을 통해 "하마스의 공격으로 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만, 지금은 국제적인 석유 공급에 탄력성도 높다"며 "1973년(제4차 중동전쟁으로 인한 오일쇼크)과는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일쇼크 때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전체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이스라엘 지지 국가에는 원유를 팔지 않아 단기간 유가가 3배 상승하기도 했다.
대형 산유국이자 이슬람국가인 이란의 존재와 러시아 전쟁도 유가 변동의 변수다. 최근 미국은 유가 급등에 따른 러시아의 반사이익을 막기 위해 이란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다만 이란이 이번 하마스 사건의 배후로 떠오를 경우 단기 유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2009년 이후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발생한 무력 충돌에서는 단기적인 유가 변동이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2009년 1월에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지상군을 투입해 시가전투까지 벌인 바 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유가는 2008년 6월 배럴당 140달러에서 이듬해 1월 41달러대까지 빠진 뒤 1년여간 80달러대를 회복했다. 당시에는 이란이 "이스라엘 지지 국가에는 원유를 팔지 말자"고 이슬람국가에 촉구하며 유가 상승이 이뤄졌다. 하지만 2014년 6월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전쟁, 2021년 5월 이스라엘의 하마스 폭격 사건에서는 유가가 오히려 떨어지기도 했다. 2014년 6월에는 배럴당 105달러에 육박했던 유가가 50달러대까지 급락했고, 2021년 하마스 지휘관까지 사망했던 폭격 당시에는 배럴당 114달러에 달했던 유가가 곧장 80달러 대까지 떨어졌다. 두 시점은 유럽 재정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 겹치면서 중동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석유 공급과 수요에 변수가 많았다.
한국 시장은 중동산 원유 공급이 늘어난 게 문제다. 8일 매일경제가 한국석유공사 석유수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이 사우디, UAE, 이라크, 쿠웨이트를 비롯한 중동 6개국으로부터 수입한 원유는 6억6725만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19.7% 늘었다.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제재에 2020년부터 값싼 이란산 원유 수입길이 막혔고, 사우디와 이라크를 비롯한 다른 지역 도입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의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는 60%로 일본(91.8%), 인도(60.9%)에 이어 높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984억달러로 1000억달러에 육박했다. 3대 에너지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수입액(1908억6000만달러)의 51.6% 수준으로 늘었다.
향후 중동 리스크 확산에 따라 원유 가격 부담에 국내 기업, 가계 비용이 올라가며 무역적자 골이 깊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진영태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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