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육성팀' 신설 2년만에…수영 황금세대 탄생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3. 10. 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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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맞춤형 전지훈련 진행
후원사 KB금융은 전폭 투자
황선우, 김우민 등 스타 탄생
금메달 6개에 역대 최다 메달
14개 종목선 한국 신기록 써

◆ 항저우 아시안게임 ◆

김우민, 황선우, 이호준, 양재훈(왼쪽부터)이 지난달 2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800m 계영 결승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한 뒤 금메달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수영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희망을 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금메달 1개에 그쳤던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는 6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기록도 앞선 대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남자 계영 800m 아시아 기록을 경신하는 등 14개 종목에서 17건의 한국 신기록이 나왔다.

한국 수영이 항저우 대회에서 역대 최다 금메달 수와 전체 메달 수를 갈아치우고 수많은 신기록을 작성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대한수영연맹의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에 후원사 KB금융그룹의 지원까지 더해진 결과다.

한국 수영은 그동안 박태환과 같은 스타 선수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2021년 정창훈 대한수영연맹 회장이 새롭게 부임한 뒤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가장 먼저 '전략 육성팀'을 만들었다. 각 선수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을 보완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연맹은 곧바로 맞춤 훈련에 돌입했다.

김승훈 대한수영연맹 사무처장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수영이 빛나는 데 전략 육성팀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잠재력이 뛰어난 여러 선수들을 선발해 아낌없이 지원해주면서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 전략 육성 멤버 8명 전원이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할 정도로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 맞춤형 훈련은 황선우와 김우민, 이호준, 양재훈이 남자 계영 800m 금메달을 포함해 이번 대회 선전의 이유로 꼽았던 지난 2월 호주 전지훈련이다. 네 선수는 세계적인 수영 선수들을 키운 리처드 스칼스 코치에게 지도를 받은 뒤 한 단계 성장했다.

김 처장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전지훈련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달라졌다"며 "과거에는 선수단 전체가 한 장소에 모여 훈련하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4명씩 세부적으로 나눠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단기간에 선수들의 실력이 급상승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전지훈련을 가는 한 팀을 5명 이하로 구성한 건 훈련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한국 수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선진 수영을 배우기 위해 모이는 만큼 한 코치에게 제대로 된 지도를 받기 위해서는 5명이 넘으면 안 된다. 앞선 전지훈련들이 해외에 수영하러 가는 것이라고 불린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그룹의 아낌없는 지원도 한국 수영이 아시아 최강국으로 등극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한국 수영계가 KB금융그룹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대한수영연맹 공식 후원사가 된 2021년부터 전지훈련, 포상금 등 한국 수영 발전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아서다. 여기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하는 KB금융 코리안스위밍챔피언십까지 개최하고 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초 종목이 살아야 한다고 판단해 수영과 기계체조 등에 대해 후원을 하고 있다"며 "한국 스포츠의 미래는 기초 종목에 있다고 생각한다. 불모지라고 불렸던 수영에서 세계적인 실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나오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 수영계에서는 황선우의 등장 이후 김우민, 이호준 등 경쟁자들의 동반 기록 향상도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실업팀의 한 지도자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을 때 자극을 받아 경쟁력이 높아지는 메기 효과가 한국 수영에도 일어났다고 생각한다"며 "국내 최고의 기준이 높아진 게 수영 전체로 이어졌다. 배드민턴에 안세영이 있다면 수영에서는 황선우가 동료들에게 엄청난 자극을 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한국 수영은 이제 2024 파리 올림픽을 겨냥한다. 이번 겨울 내년도 국가대표 선수가 확정되면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으로 이어지는 다음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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