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먼저 손들었다, 중진 험지차출 바람 부나
與 지도부 요청으로 결단내려
"다선 의원들 움직임 있을 것"
총선 6개월 앞 부정적 기류도
민주 김두관 "혁신경쟁 시작"
3선 이상 엄격한 심사 가능성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수도권 출마를 선언하며 여당 중진의 험지 출마 신호탄을 쐈다. 여야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혁신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각 당에서 험지 출마 바람이 이어질지에 관심이 모인다. 여당이 하 의원을 내세워 먼저 움직인 가운데 야당에서도 공천을 앞두고 3선 이상 의원들에 대한 험지 차출론이 강하게 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텃발인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했던 하 의원은 8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 의원들 모두 당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수도권 험지 출마)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저의 정치적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며 "내년 총선은 해운대가 아닌 서울에서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제가 3선을 지낸 해운대에서 기득권을 포기하고 젊은 인재들이 들어와 당내 건강한 혈액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제가 바라는 정치"라고 험지 출마 배경을 언급했다. 하 의원이 이같이 결정한 배경에는 당 지도부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 의원은 6일 저녁께 당 지도부에 수도권 출마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 의원의 수도권 출마 선언이 당내 중진에 대한 험지 차출로 이어진다면 국민의힘은 현역 기득권 타파에 앞장섰다는 혁신 정당 이미지를 챙길 수 있다. 또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중진 의원들의 '아름다운 양보'는 공천 갈등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
하 의원 외에도 현재 원외에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이 4선을 지낸 대구를 떠나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실제 결단을 내릴 의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하 의원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대구·경북(TK)에 계신 분들이 (수도권으로) 올라와야 하는데 올라오실 분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현재 부산에는 하 의원 외에도 서병수(부산진갑·5선), 이헌승(부산진을·3선), 김도읍(북강서을·3선), 조경태(사하을·5선), 장제원(사상·3선) 의원 등이 포진하고 있다. 경남에는 박대출(진주갑·3선), 윤영석(양산갑·3선),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3선) 의원이 중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구에는 김상훈(서·3선), 주호영(수성갑·5선), 윤재옥(달서을·3선) 의원 등이 있다.
앞서 지난 총선 당시에도 국민의힘 지역구 중진 의원들이 수도권으로 옮겨 출마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21대 총선 당시 3선이었던 이종구·이혜훈·안상수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종구 전 의원은 서울 강남갑을 떠나 경기 광주을에서, 이혜훈 전 의원은 서울 서초갑을 떠나 동대문을에서 출마했다. 하지만 모두 패배하며 국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이 하 의원을 시작으로 험지 출마를 띄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중진 험지 출마론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을 두고 "양당의 혁신 경쟁이 시작되는 것 같다"며 "총선은 결국 인물 경쟁·혁신 경쟁이고, 혁신은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 내려놓기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혁신의 당풍이 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미 3선을 했던 자신의 지역구(서울 중성동갑) 대신 험지인 서초을에 도전하며 '솔선수범'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가 지난해 1월 첫 번째 혁신안으로 '국회의원 동일 지역구 3연임 초과 출마 제한'을 내놨을 당시 이재명 대표가 찬성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만 3선 의원들의 반발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천 심사에서 이 같은 기류가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차기 공천에서 3선 이상 중진 의원을 대상으로는 보다 엄격한 심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민주당 내 동일 지역구 3연임 이상 의원들은 이상민(대전 유성을·5선), 설훈(경기 부천을·5선), 이원욱(경기 화성을·3선),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3선) 의원 등이 있다. 이외에도 조정식(경기 시흥을), 안민석(경기 오산), 정성호(경기 양주), 서영교(서울 중랑갑), 박홍근(서울 중랑을) 의원 등 친명계 의원도 다수 있다.
[신유경 기자 /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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