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이스라엘·하마스 충돌…‘5차 중동전쟁’ 위기
‘중동의 화약고’에 다시 불이 붙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새벽 기습 공격이 전쟁으로 비화하기까지는 만 24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현재까지 양측의 사상자는 5000명에 육박했다.
이스라엘 민간인 수백명이 숨지고 가자지구에 인질로 끌려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스라엘이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해 가자지구 재점령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가자지구의 민간인들 역시 이스라엘 보복 공습으로 인해 또 다른 최대 희생자가 됐다.
이번 사태는 ‘하마스 대 이스라엘’ 구도를 넘어 ‘팔레스타인 대 이스라엘’, 더 나아가 헤즈볼라 등 이슬람계 무장단체들이 뛰어들어 중동 지역 내 확전으로 번질 수도 있는 갈림길에 섰다.
‘알아크사 홍수’에 ‘철의 검’으로 맞대응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공식적으로 하마스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전쟁 선포가 이스라엘 기본법 제40조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에는 성문 헌법이 없지만 13개 기본법이 유사한 기능을 한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길고 어려운 전쟁에 진입하고 있다. 이 사악한 날에 대해 강력한 복수를 할 것”이라며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을 폐허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선언이 수사적인 의미였다면, 전쟁 선포는 공식적인 결정이며 미국으로 치면 의회가 전쟁을 선포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또한 “중요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하마스는 지난 7일 오전 6시30분 이스라엘 남부에 로켓 2500발 이상을 발사하며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기습적으로 개시했다. 하마스는 이후 굴착기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변에 세운 분리장벽을 부수고 모터포트와 패러글라이딩까지 동원해 육·해·공으로 이스라엘 영토에 침투했다.
알아크사는 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모스크로, 이슬람의 성소인 동시에 ‘중동의 화약고’로 꼽힌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수십년 동안 팔레스타인에 가했던 탄압이 이번 공격의 이유라고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의 22개 마을과 군기지를 습격해 민간인을 무차별 납치·살해하는 사진과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영상에서 하마스 대원들은 주택가 도로를 지나가는 승용차에 총격을 가하고, 가정집마다 초인종을 누르며 인기척을 확인했다. 유대교 축일을 맞아 곳곳에서 축제를 벌이던 시민들이 무방비하게 당했다. 이스라엘 동남부의 한 축제 현장에서는 하마스의 공격을 피해 달아나던 참가자 수백명이 실종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아래 링크 영상). 보도에 따르면 현장에서 시신 수십구가 옮겨지는 것이 목격됐고, 실종자 명단은 500명을 넘겼다.
이스라엘은 ‘철의 검’ 작전을 벌여 가자지구 곳곳에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와의 교전으로 “팔레스타인 테러범 400명 이상을 사살하고 수십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또 가자지구 북부부터 남부에 이르기까지 전역에 미사일을 발사해 이 지역을 초토화시켰다. 작전에 앞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7개 지역 주민에게 대피하라는 지시를 내려 전면적인 군사 작전 전개를 암시했다.
이스라엘의 봉쇄와 여러차례의 전쟁을 거치며 이미 폐허와 다를 바 없는 상태인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이 겪는 인도주의적 위기도 깊어지고 있다. 한 팔레스타인인은 “미사일 대피 명령이 내려와도 가자지구에는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없다”면서 “이스라엘군은 불과 몇분 전에도 이 곳(캠프)을 폭격해 일가족 18명을 죽였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병원 관계자 또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전기를 끊으면서 병원 기능이 사실상 멈췄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측 SNS에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족 전원을 잃은 한 남성이 울부짖는 영상 등이 올라오고 있다.
다시 불타는 ‘중동의 화약고’
이번 전쟁이 1973년 욤키푸르 전쟁 이후 50년 만의 최악 갈등이 되리란 전망이 나온다. 8일까지 양측의 사상자는 약 5000명에 이르렀다. 이스라엘에서는 사망자 수가 600명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왔다. 부상자 수도 2000명 이상으로, 인명피해가 2600명을 넘어섰다.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사망자 370명, 부상자 1990명 이상이 발생했다. 실종자까지 합치면 인명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하마스가 인질로 잡아간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을 ‘인간 방패’나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생포된 인질이 수십명이라는 보도가 한때 나왔으나, 하마스는 ‘그보다 몇 배 많은’ 인질을 확보해 가자지구 전역에 나눠뒀다고 밝혔다.
하마스 2인자 살레 알아루리는 “고위 장교를 포함해 다수의 이스라엘 인질을 억류하고 있다.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모든 팔레스타인인을 (맞교환으로) 석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인질을 잡았다”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지난 4월 팔레스타인 재소자 인권단체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은 4900여명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를 향해 이스라엘 인질이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피해를 입는다면 큰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대규모 지상군 동원되나
현재의 무력 갈등이 조기에 진화되긴 어려워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공격으로 인한 이스라엘의 심리적 충격이 9·11 테러와 맞먹는다면서 네타냐후 정권으로선 선택지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해 가자지구 재점령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군사 전문가 요나 제레미 밥은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의 2차 공격이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예비군 8만명을 동원했던 2014년보다 더 많은 병력이 투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가자지구로 향하는 도로에서 탱크를 포함한 중화기가 다수 목격됐다는 전언도 나온다.
이번 전쟁은 ‘하마스 대 이스라엘’ 구도를 넘어 ‘팔레스타인 대 이스라엘’, 더 나아가 헤즈볼라 등 이슬람계 무장단체까지 개입한 더 큰 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갈림길에 섰다.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8일 자신들이 이스라엘이 점령한 셰바 팜즈에 있는 이스라엘군 진지에 로켓·포탄 공격을 벌였다고 시인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를 겨냥해 대응 포격에 나섰다.
헤즈볼라가 본격 뛰어들 경우 전선은 이스라엘 남부에서 북부로 확대된다. 헤즈볼라가 이란의 인적·물적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란의 또 다른 ‘대리 세력’인 시리아, 예멘, 이라크 등의 무장세력이 가담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310081327001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310081414011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10081458001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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