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내가 생각이 된다는 것

허연 기자(praha@mk.co.kr) 2023. 10. 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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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 말린 잎을 화들짝 펴고 있는 잎사귀들

하얗게 하얗게 퍼져 나가는 입김들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이 생각을 5만번쯤 했더니

내가 만약이 되어간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다가

내가 생각이 되어버린다.

문을 열어

먼지처럼 부유하는 생각들을 손바닥에 얹어

벌레를 내보내듯 날려 보냈다.

- 김소연 作 <2층 관객 라운지> 중

뭔가에 골몰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생각에 파묻혀 나 스스로 '생각'이 되어버리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기막히게 포착한 시다. 그 순간을 이렇게 담백한 몇 자로 표현할 수 있는 시인의 경지가 훌륭하다. 우리는 생각 속에 산다. 그러다 보니 생각이 우리를 구성하고 조종하는 경우가 많다. 오죽했으면 인간을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했을까. 아마 인간에게 생각이 사라지는 순간이 곧 '죽음' 아닐까 싶다. 생각을 하자.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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