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폭증 뒤엔…대기업보다 싼 금리
정부 "금리인상 자제" 신호에
가계대출금리, 연초보다 하락
신용 좋은 대기업보다도 낮아
최근 5개월 연속 주담대 늘고
가계대출 역대 최대 '위험신호'
은행들, 뒤늦게 대책마련 나서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서며 매달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올해 들어 7개월째 대기업대출 금리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달아 인상하고 올해 초에도 한 차례 인상했지만 가계대출 금리는 연초 대비 되레 낮아진 것이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금융권을 향해 '서민을 상대로 이자 장사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한 것이 오히려 대출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대기업과 가계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8월 각각 4.23%, 4.76%로 가계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다 대기업과 가계의 대출 금리는 올해 1월 각각 5.30%, 5.47%로 차이가 좁혀졌고 한 달 뒤인 2월 대기업 5.24%, 가계 5.22%로 대기업대출 금리가 가계대출 금리를 역전했다. 이후 가계대출 금리는 대기업대출 금리보다 낮은 추이를 올해 8월(대기업 5.17%·가계 4.83%)까지 7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대출 금리는 은행별로 기준금리에 위험 가중 금리로 불리는 가산금리를 덧붙여 정하는데, 신용도가 높아 위험이 작으면 가산금리가 낮아지고 신용도가 낮으면 가산금리가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가계대출 금리가 대기업대출 금리보다 낮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통상 대기업이 가계보다 재정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이자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 이 같은 '왜곡 현상'을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저리의 대출 상품을 적극 권장했고,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이자 장사'를 하지 말라며 은행권을 압박했다"면서 "대기업·가계대출 금리 역전 현상에 이 같은 요인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시중은행들을 향해 과도한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취지의 경고성 메시지를 낸 바 있다.
문제는 가계대출 금리가 낮게 유지되면서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294억원으로 8월 말(680조8120억원)보다 1조5174억원 늘었다. 가계대출은 지난 5월 이후 5개월째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514조9997억원에서 517조8588억원으로 2조8591억원 급증했는데, 이 증가폭은 2021년 10월(3조7989억원) 이후 최대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은행들도 최근 급히 대책을 내놓는 분위기다. 주택담보대출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KB국민은행은 최근 내부 회의를 거쳐 오는 13일부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만 34세 이하'에게만 승인하기로 결정했다.
KB국민은행은 이미 지난달 1일부터 50년 만기 상품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과정에서 만기를 40년으로 제한해 한도를 줄여왔다. 그러나 연령제한 규제까지 추가로 적용해 보다 확실하게 50년 만기 상품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5대 은행 중에서는 유일하게 신한은행이 만기가 40년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에 '만 34세 이하' 연령제한을 두고 있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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