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등록비만 1억원 싱가포르…“정신건강은 국가·사회가 책임져야”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강화할 대상은 경제지위 아닌 건강·면역”
코로나19 이후 사회의 정신질환 챙기기
원격진료·디지털의료 플랫폼이 일상으로
“정신건강을 비롯해 건강한 삶이 가장 중요하다. 팬데믹이 사람들의 가치관을 바꾸게 했는데, 역경이 인생 최고의 스승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해 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게 했다. 재산보다는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1인당 국민소득(GDP)이 많지만, 생활고로 힘들어하는 싱가포르 국민들의 인식도 그렇게 변했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거주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비싼 나라다. 가령 자동차를 소유하려면 수억 원이 드는 나라다.
최근 싱가포르 보험사인 AIA 싱가포르의 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약 30%가 “인생에서 건강 유지와 즐길 수 있는 활동 참여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했다. 경제적 지위 강화보다는 면역체계 강화가 더욱 중요하다고 추가 설명하는 이들도 많았다. 코로나19의 파장이자 교훈으로 보인다는 게 싱가포르 언론의 보도다.
8일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건강유지를 우선으로 꼽은 응답자들은 사치품 소유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물가상승 등으로 생필품 값이 상승한다면 사치품 지출은 당연히 줄이겠다는 이들도 많았다. 브랜드 상품보다는 건강과 건전한 재무구조가 우선 고려 대상이라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더운 나라이지만 많은 주민들이 사무실 주변에서도 산책과 달리기를 일상으로 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일련의 변화와 관련해 AIA 싱가포르의 멜리타 테오 고객·디지털 책임은 “고객들이 신체적으로 건강해야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자인 시민들의 인식변화와 함께 기업들도 바뀌고 있다고 테오 책임은 설명했다.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직원의 정신건강까지 책임지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잉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0년 이전에는 직원들을 위해 정신건강 보험에 가입하는 기업은 전체의 1% 미만이었지만, 올해는 10%까지 증가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늘어난 상황에서 직원 건강을 신체적·정신적으로 챙기는 문화가 정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탄 히앙 쿤 싱가포르종합병원 부원장은 코로나19가 병원과 진료 문화의 변화도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위기가 정신건강의 중요성과 극복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게 했다”며 “원격진료와 디지털 의료 플랫폼 확장이 의료 부문의 주류가 된 것도 의미 있는 파급효과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이 늘고, 이와 연관된 범죄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정신질환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에게 맡겨놓을 사안이 아니다. 싱가포르처럼 우리 사회에도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기업과 국가의 책임 있는 접근법이 필요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싱가포르의 물가도 많이 올랐다. 단적으로 10년짜리 자동차 소유 자격증명서(COE)를 발급받기 위한 금액은 최근 1대 평균 14만6002싱가포르달러(약 1억440만원)로 상승했다. COE 발급제도는 교통체증 방지 등을 목적으로 1990년에 도입됐다. 자동차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COE를 먼저 받아야 하는데, COE는 싱가포르 정부가 2주마다 경매로 판매한다.
그나마 생필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지만, 수입산 과일이나 제품의 가격은 30% 이상 올랐다는 통계분석도 다시 제시되고 있다. 이런 사정에 따라 건강한 삶을 위한 조언도 이어지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의 조언을 일부 소개해 본다.
물가상승은 필연적으로 저축을 힘들게 하고, 신용카드 등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게 한다. 신용카드 이용은 차후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으므로 이를 줄여야 한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러한 조언은 싱가포르와 한국 등 어느 나라에서도 만고의 진리로 통하는 듯하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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