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압박에…가계대출 문턱 높이고 PF에 자금대는 은행들

윤주영 2023. 10. 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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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당국이 매주 은행권 관계자들과 비공개회의를 열고 추이를 깐깐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을 향한 금융당국의 압박은 대출금리뿐만이 아니다.

최근 "수신금리 경쟁 자제"를 당부하는가 하면, 5대 금융지주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펀드 조성까지 고려하면, 수신, 투자는 물론 여신까지 모든 영역에서 은행이 당국 서슬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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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 50년 주담대 연령 제한
우리, 일부 주담대 만기 40년으로
수신경쟁 자제·PF 유동성 지원까지
모든 영역에서 당국 서슬에 휘둘려
게티이미지뱅크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빚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라"며 금융당국이 고삐를 죄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13일부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이용 고객을 '만 34세 이하'로 제한한다. 장기 주담대에 연령 제한을 둔 것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중 국민은행이 두 번째다. 신한은행은 7월 출시 때부터 연령 제한을 뒀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초장기 대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연령제한을 시행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지난달엔 당국 공식 발표에 앞서 50년 주담대로 받을 수 있는 대출액을 40년 만기와 동일하게 제한1한 바 있다.

50년 주담대 자체를 없애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4일부터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방식의 주담대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줄였다. 지난달엔 하나은행이 주담대 만기를 40년으로 줄였고, NH농협은행도 "목표 취급한도(2조 원)를 달성했다"며 판매를 중단했다.

은행의 '가계대출 줄이기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가계대출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당국이 매주 은행권 관계자들과 비공개회의를 열고 추이를 깐깐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장기 대출, 다주택자, 집단대출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지시하는 것은 물론, 개별 은행의 여수신 통계 산정 방식까지 살피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17조8,588억 원으로 전월 대비 2조8,591억 원 증가했다. 줄어들기는커녕 2021년 10월(+3조7,988억 원) 이후 1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 추이. 그래픽=송정근 기자

은행권 일각에서는 대출 수요 차단을 위해 금리를 올리는 은행도 등장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해 은행들이 '상생금융'을 내걸고 금리를 낮추기만 해서,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론도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낮추는 것이면 모를까, 시장원리 범위를 벗어나 인위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건 고객을 생각하면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언급했다.

은행권을 향한 금융당국의 압박은 대출금리뿐만이 아니다. 최근 "수신금리 경쟁 자제"를 당부하는가 하면, 5대 금융지주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펀드 조성까지 고려하면, 수신, 투자는 물론 여신까지 모든 영역에서 은행이 당국 서슬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단기(1년 미만) 예금으로 몰렸던 약 100조 원의 만기가 돌아오자, 당국은 더 높은 금리로 예금을 재유치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라며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을 풀었다. 만기를 분산해 자금 쏠림을 막으려는 조치다. PF 펀드의 경우 "원활한 자금공급"을 이유로 1조 원에서 2조 원 이상으로 출자금이 2배 이상 확대됐다.

1 50년 주담대로 받을 수 있는 대출액을 40년 만기와 동일하게 제한
50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만기 40년 상품과 동일하게 계산한 것. DSR은 '연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을 제한하는 개념이라 만기가 길수록 대출 가능 총액은 커진다. 당국은 지난달 13일 이같은 지침을 공식 발표했다. DSR 원리를 역이용해 50년 주담대로 받을 수 있는 대출 총액을 줄여, 수요를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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