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국토대장정 재개를 기대하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한여름. 대학생들이 참여했던 국토대장정 프로그램에 한 칠순 노인이 등장했다. 고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이다. 일반 대원들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나타나 땡볕에 수㎞를 함께 걸었다. 몸소 청년들에게 '젊으니까 더욱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국토 종주 프로그램의 원조인 동아제약 국토대장정은 강 명예회장의 작품이다. 그는 경제 불황으로 시름하는 대학생들에게 도전정신과 자신감,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국가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춘들이 일자리가 사라져버린 시대에 힘없이 주저앉는 모습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마음에서였다.
젊은 세대를 향한 그의 애정은 국토대장정에 동행한 횟수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1998년 1회부터 2016년 19회까지 단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행사에 참여했다. 2016년이면 그의 나이가 구순이다. 그를 부르는 세간의 별명에 '박카스의 아버지'뿐 아니라 '영원한 청년'이 추가된 이유다. 국토대장정에 다녀온 사람들은 그의 말을 기억하고 공감한다. 누구나 고난을 겪어야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물집과의 전쟁에 지친 대원들에게 "사람은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어려운 걸 한 번 해봐야 삶의 깊이를 터득하게 된다" "고비를 넘기고 나면 자기도 모르게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을 건네며 힘을 북돋아줬다고 한다.
'이 땅의 길을 희망의 발걸음으로 채우겠다'던 그의 의지는 코로나19 출현에 2019년을 끝으로 4년째 중단된 상태다. 그러는 사이 경제 상황은 외환위기 때만큼 심각해지고 있다. 일자리뿐 아니라 연애, 결혼, 출산 등 모든 의지를 포기해버린 청년들도 늘어간다. 일평생 이들을 응원해온 강 명예회장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강 명예회장은 반세기 넘게 질병과 싸우면서 좌절도 숱하게 겪었지만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3일 그는 영면했지만 그의 도전정신이 내년 국토대장정과 함께 이어지길, 이를 통해 청년들이 살아갈 용기를 다시 얻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심희진 과학기술부 edg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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