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세가 누구야?" 출판계에 노벨상 특수 '단비'
수상 발표되자 판매량 급증
출판사들 일제히 증쇄 돌입
"현대연극서 가장 중요한 작가"
새 책 출간 일정 앞당기기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64)가 선정되면서 포세의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해 출간했던 출판사들이 반색하고 있다. 뛰어난 작품성에 비해 국내에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작품들이 '노벨상 특수'를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도 널리 읽힐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출판계에 따르면 국내에 출간된 포세의 작품들은 5일 저녁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판매가 급증했다. 2019년 문학동네가 출간한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은 6일 오전 전체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1위로 뛰었고 예스24 온라인 실시간 베스트셀러 2위, 알라딘 온라인 실시간 베스트셀러 3위를 기록했다.
판매량 증가에 맞춰 포세 출간작을 보유한 국내 출판사들은 일제히 증쇄에 들어갔다. 문학동네는 노벨상 발표 즉시 '아침 그리고 저녁'에 대한 증쇄에 들어갔고, 주문량이 갑작스럽게 늘자 책을 일시적으로 예약판매 상태로 전환하기도 했다. 김소영 문학동네 대표는 "일단 증쇄를 시작했고 추가 증쇄는 서점에서 판매되는 현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포세의 다른 작품에 대해서도 추가 계약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포세 작품 출간을 계약한 출판사는 출판 일정을 앞당기기도 했다. 포세의 소설 '멜랑콜리아 I-II' 출간을 준비하던 민음사는 이달 20일이던 출간 일정을 13일로 바꿨다. 출판 규모 또한 2000부에서 5000부로 크게 늘렸다. 민음사 관계자는 "출간 일정을 앞당기는 것은 쉽지 않은데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에 포함돼 고정 표지로 출간할 수 있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희곡집 '가을날의 꿈 외'와 '이름/기타맨', 소설 '저 사람은 앨리스' 등 국내에서 가장 많은 포세 작품을 출간한 지식을만드는지식 역시 2000부씩 증쇄에 들어갔다. 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인기를 얻지 못한 작품들이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황인혁 지식을만드는지식 대표는 "포세가 대중적인 작가는 아니지만 독창성과 작품성이 뛰어난 만큼 국내에 작품을 소개하려고 노력해왔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그의 작품이 알려지고, 그동안 소설보다 덜 사랑받았던 희곡 작품들에 대한 관심이 특히 많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1세기 사뮈엘 베케트'로 불리는 포세는 수년 전부터 노벨상 후보에 거론된 희곡 작가, 소설가다. 1983년 첫 작품을 발표했고 희곡이 전 세계 무대에서 900회 이상 발표될 만큼 명성 있는 작가지만 국내에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다.
'3부작' '보트하우스' 등 포세의 대표 작품들을 번역한 홍재웅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어학과 교수는 "욘 포세는 현대연극과 동시대 연극을 논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작가"라며 "최소한의 인물과 대사로 이뤄지는 그의 작품들은 평범한 일상 언어를 통해 인간의 근본적인 존재의 고독, 원초적 고독을 표현한다"고 평가했다.
노벨상 발표 이후 특히 판매량이 늘어난 '아침 그리고 저녁'은 노르웨이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평범한 어부가 태어나 죽음으로 향하는 과정을 포세 특유의 간명한 문체로 전달하는 소설이다. "더운 물 더요"라는 산파의 말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인간 존재의 반복되는 서사를 담담하게 전달한다. 노인이 되고 아내와 친구를 떠나보낸 주인공의 이야기에서 독자들은 평범한 일상이 품은 낯선 이면을 느낄 수 있다.
'노벨상 특수'는 출판계에 단비 같은 존재다. 유명 작가든, 알려지지 않은 작가든 수상자로 결정되면 그의 책이 있는 서점의 매대로 독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소설 '3부작'과 '보트하우스'를 출간한 새움 관계자는 "예전처럼 노벨상 수상자가 됐다고 몇 만 부가 팔리지는 않지만 '노벨상 특수'는 출판 시장에 활기를 준다"며 "올해도 하루 만에 수상자 작품의 판매량이 급증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라오는 포세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어서 출판 시장이 당분간 호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형주 기자 /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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