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웨딩族 모시기 팔 걷은 백화점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2023. 10. 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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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예물비용 5000만원 넘어
신혼부부 백화점 큰손으로 부상
롯데, 구매액 14% 상품권 환급
주요 백화점 웨딩 매출 50% ↑
롯데백화점 본점 가전 매장에서 예비 신혼부부 모델이 가전제품 상담을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6~15일 모든 지점에서 웨딩페어를 진행한다. 롯데백화점

혼인율이 바닥을 쳐도 럭셔리 웨딩 수요는 하늘을 찌른다. 전반적으로 한국인의 명품 선호가 높아진 가운데 결혼과 맞물려 명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함께 커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결혼 인구 1인당 지출액이 늘면서 백화점의 프리미엄 웨딩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주요 백화점은 럭셔리 웨딩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적립금을 기존보다 2배 이상 지급하는 파격 프로모션을 내세우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 6일 모든 점포에서 웨딩페어를 시작했다. '프리미엄 웨딩에 관한 모든 것'을 표방하는 이번 행사에서 고객은 다양한 명품을 접할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웨딩 마일리지를 두 배로 적립해주는 '더블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구찌, 버버리, 로저비비에, IWC, 블랑팡, 쇼파드, 타사키, 크리스찬 루부탱, 지미추 등 시계, 보석, 신발 등을 대표하는 50여 개 브랜드가 대상이다. 이 행사는 15일까지 진행된다.

롯데백화점 웨딩 마일리지는 구매 금액의 최대 7%를 롯데상품권으로 교환해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롯데 웨딩멤버스에 가입한 후 3000만원어치를 구매하면 최대 2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더블 적립을 적용하면 최대 420만원까지 상품권을 받는다. 명품은 단가가 높은 만큼 기왕이면 웨딩페어 기간에 혜택을 받고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은 것이다. 이 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웨딩멤버스 회원 매출은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2020년에는 전년 대비 70%, 2021년에는 같은 기간 10% 늘어나는 등 해마다 매출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2020년 매출이 수직 상승한 것은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면서 명품 등 럭셔리 상품군이 유행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작년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따라 그간 억눌렸던 결혼 수요가 폭발해 웨딩 매출도 불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1~7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5% 상승했다.

경쟁사인 현대백화점 또한 같은 기간에 프리미엄 웨딩 프로모션을 전개한다. 6~15일 더클럽웨딩 고객이 명품, 시계, 보석을 구입하면 웨딩 마일리지를 2.5배 적립받을 수 있다. 가전을 구입할 땐 최대 12.5% 사은 혜택을 받는다. 현대백화점 더클럽웨딩 매출은 올해 1~9월 전년 동기 대비 77% 넘게 늘었다. 연간 매출 상승률은 2021년부터 줄곧 30% 이상을 기록 중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프리미엄 혼수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관련 상품군인 명품·주얼리·워치·리빙 매출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프리미엄 가전은 더클럽웨딩 고객의 평균 객단가가 1000만원을 넘는다"고 설명했다.

더클럽웨딩 멤버 중에는 한 번에 5000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도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백화점 가전이 고급이라는 인식 때문에 TV, 냉장고, 김치냉장고, 세탁기, 공기청정기 등을 한꺼번에 사는 것이다. 특히 더현대 서울, 무역센터점, 판교점 등에 입점한 삼성·LG전자 프리미엄 메가샵은 최대 10% 내외의 상품권과 브랜드 특별 혜택을 제공하며 인기를 끈다. 대표적인 백화점 혼수 품목으로 자리 잡은 수입 가구도 예비 부부에게 관심을 받는다. 본격 웨딩 시즌이 시작된 지난달 현대백화점 프리미엄 가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올랐다. 이 밖에 갤러리아백화점이 오는 14일부터 이틀간 명품관에서 웨딩박람회를 연다.

통계청의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1700건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하지만 백화점에서 결혼 관련 매출은 유지되거나 외려 상승하는 모양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공개한 '2023 결혼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비용을 뺀 올해 평균 결혼 비용은 5073만원으로, 지난해(4720만원)보다 350만원 넘게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신랑·신부가 예물로 명품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과 함께 전반적인 가전·가구 가격 상승세를 원인으로 꼽는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TV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화질과 큰 화면을 갖췄고, 10~20년 전에는 혼수로 생각하지 않던 건조기와 스타일러가 결혼 필수품이 되면서 신혼부부당 객단가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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