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3선 하태경 “서울 출마”···지역 중진 ‘험지 출마’ 불 지피나

조문희 기자 2023. 10. 8. 16: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월16일 국회에서 당 시민단체선진화특별위원회 11차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에서 내리 세 차례 당선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부산 해운대갑)이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서울 지역 출마를 전격 발표했다. 여당 지역구 중진 의원의 수도권 출마 선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선 전 당 혁신 주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야 중진들의 험지 출마 선언이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하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우리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저의 정치적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12년 전 우리 당 인재로 영입됐는데 이제 제가 똑같은 역할을 하려고 한다. 새 인재에게 길을 터주고 서울에서 도전해 승리하겠다”고 서울 출마 취지를 설명했다. 하 의원은 이어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신인 정치인이 많이 들어와야 정치 혁신의 바람이 분다”며 “제가 해운대를 떠나 서울에서 승리한다면 우리 당은 두 석을 얻는 효과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영남 지역 현역 의원의 수도권 출마 선언은 하 의원이 처음이다. 하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 해운대기장을에서 당선된 후 20·21대 총선에서는 단일선거구로 분리된 해운대갑에서 연이어 당선된 바 있다.

하 의원의 결단에 국민의힘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내년 총선의 승부는 서울 수도권 승패에 달려있고, 그 결과에 윤석열 정부의 명운이 걸려있다”며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현재 전북 남원을 지역구로 둔 이 의원은 서울 마포갑 출마를 노리고 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원장을 맡고 있는 박수영 의원(부산 남구갑)도 “총선 승리만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길임에 스스로 내려놓으신 것”이라며 하 의원에게 지지를 보냈다. 김기현 대표도 이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 “살신성인의 정신”이라며 “하 의원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반면 하 의원의 수도권 출마 선언에 대한 당내 복잡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 의원의 선언이 당내 중진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론을 불붙이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앞서 윤상현·안철수 의원 등 수도권 중진들이 영남 일색인 당 지도부를 향해 수도권 출마를 여러 차례 주문한 바 있어 이 같은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일단 당 주류는 수도권 험지 출마론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번 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은 개인의 선택일 뿐 당 차원에서 중진 험지 출마가 논의된 바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부산 지역 공천이 어렵다고 판단한 하 의원이 ‘선수’를 쳤다는 분석도 있다. 하 의원은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 ‘축출’ 과정 등에서 당내 주류와 다른 의견을 내 비윤(석열)계란 인식이 강하다. 김 대표는 여타 중진들의 험지 차출론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2020년 총선 때 이혜훈(서울 서초갑→서울 동대문을)·김재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서울 중랑을) 전 의원 등 중진들이 험지에 출마했으나 결과가 신통치 못했던 기억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당내 험지 출마 요구에 반발하다 공천 배제됐던 홍준표 대구시장과 권성동·김태호 의원 등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이들이 당선된 후 당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대비 낮게 나오는 데다 총선이 임박할수록 혁신 요구에 힘이 실리기 마련이라 당 중진을 향한 험지 출마 압력은 앞으로 더 강해질 전망이다. 부산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원외 인사들이 모인 ‘부산정치혁신모임’이 지난달 15일 출범하며 3선 이상 출마자 공천 제한 등 특권 내려놓기를 요구한 바 있다.

부산·경남(PK)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의원이라면 (험지 출마가) 승산있는 판단이겠지만 지역 경쟁력이 강한 인사에겐 맞지 않는 얘기”라며 “당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릴 때 제대로 된 (공천) 심사 기준을 세우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