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사이클·배구·핸드볼…항저우서 겪은 ‘우물 밖 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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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역도 여자 최중량급(87㎏ 이상)에서 13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스무살 박혜정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로 준수한 성적을 냈지만 1974년 이후 49년간 꾸준히 수확해 온 금메달을 항저우에서는 캐지 못했다.
세계랭킹 기준 한국은 27위, 파키스탄은 51위였고, 한국 남자 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1962년 자카르타 대회 이후 61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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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역도 여자 최중량급(87㎏ 이상)에서 13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스무살 박혜정은 이렇게 말했다. “나뿐 아니라 모든 운동선수가 공감하겠지만, 힘든 순간은 열 손가락으로도 꼽을 수가 없다. 많은 좌절과 슬픔, 자책 등으로 힘든 순간이 수두룩하다.”
뛰다 보면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고, 다치기도 한다. 실패는 선수들의 영원한 벗이다. 따라서 그들의 땀방울에 대한 평가를 메달 색으로 갈음하고 마는 일은 부적절하다. 그러나, 선수 개인이 아니라 종목과 국가의 범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메달은 한 종목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국제 지표다. 항저우는 몇몇 종목에 두고두고 돌아볼 좌절의 현장이었다.
한국 레슬링은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을 동메달 2개로 마감했다.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만, 은메달도 따지 못한 것은 1966년 방콕 대회 이후 57년 만이다. 광저우 대회 때도 28년 만의 ‘노골드’였으니, 레슬링의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남자 그레코로만형 60㎏ 정한재와 130㎏ 김민석 만이 메달을 땄다.
사이클 역시 금맥이 끊겼다. 한국 대표팀은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로 준수한 성적을 냈지만 1974년 이후 49년간 꾸준히 수확해 온 금메달을 항저우에서는 캐지 못했다. 한국 사이클은 2000년대 남자부 조호성, 2010년대 여자부 이혜진, 나아름 등 걸출한 재능의 등장으로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이번 대회에서 이혜진이 팀 스프린트 2위, 나아름이 개인 도로 2위를 기록했을 뿐 세대교체 탄력을 받지 못했다.
단체 구기 종목에서는 남녀 불문 비상등이 켜진 종목이 많았다. 아시안게임에서 그간 7번 정상에 섰던 여자 핸드볼대표팀은 지난 5일 결승에서 일본에 19-29, 10점 차로 대패하며 은메달을 거뒀다. 2010년 이후 13년간 일본에 진 적이 없었으나, 최근 맞대결에서 접전 양상이 두드러졌고 끝내 뒤집혔다. 앞서 남자 핸드볼팀도 사상 처음 4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1990년 이후 처음으로 동반 ‘노골드’가 됐다.
배구는 사정이 더 나빴다. 남자팀은 지난달 22일 12강전에서 파키스탄에 0-3으로 완패하면서 대회 개막도 전에 ‘노메달’을 확정했다. 세계랭킹 기준 한국은 27위, 파키스탄은 51위였고, 한국 남자 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1962년 자카르타 대회 이후 61년 만이었다. 여자팀 역시 지난 4일 중국에 지면서 4강에 오르지 못했다. 17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 아시안게임 노메달이었다.
남자 농구 대표팀 또한 역대 아시안게임 최저 성적을 썼다. 9년 만의 우승을 목표로 항저우에 입성한 대표팀은 지난달 30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에 패하며 가시밭길로 밀려났고, 촉박한 일정 속에 치러진 8강에서 아시아의 강호 중국에 무너지며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대표팀 가드 허훈은 “우리가 자초한 일“이라는 말을, 추일승 감독은 “치욕스러운 결과”라는 평을 남겼다. 최종 결과는 7위.
더딘 세대교체와 내수 리그 우물 속 국제 경쟁력 하락의 악순환이 반복되며 한국이 허둥대는 동안 일본의 구기 종목 약진이 돋보였다. 일본은 배구에서 여자부 은메달·남자부 동메달, 핸드볼에서 여자부 우승, 축구에서 여자부 우승·남자부 은메달, 농구에서 여자부 은메달, 하키에서 남자부 은메달, 럭비 동메달 등 고른 성과를 냈다. 한국은 남자 축구와 야구 금메달, 럭비와 여자 하키 은메달, 남자 하키와 여자 농구 동메달을 수확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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