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오부치 선언’ 25주년…日 언론 “韓 새 선언 기대하나 日은 관망”
日 사죄·미래협력 담은 한일관계 길잡이
韓, 새로운 파트너십 여는 신선언 기대
日, 반성·사죄 반복 요구에 부정적 여론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지난 1998년 10월 8일 도쿄에서 열린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당시 일본 총리의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채택됐다. 과거를 직시하는 바탕 위에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선언의 골자는 양국이 “20세기의 한일관계를 마무리하고 진정한 상호 이해와 협력에 입각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공통의 목표로서 구축”하기 위한 이정표가 됐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중요 분기점이 된 이유 중 하나는 한일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처음으로 양국의 공식 합의문서에 담겼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일본이 일왕의 한국 대통령 방일 만찬사나 총리 기자회견 등 구두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밝힌 반면, 당시 선언은 공식 문서에 명시했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이후 과거사 갈등이 오히려 첨예해지고 한일관계 부침이 계속되면서 선언이 지향했던 21세기 미래지향적 협력은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일본에서는 고이즈미·아베 내각을 거쳐 지도자들의 역사 인식이 우경화되고 사회 보수화 경향이 짙어지면서 한국 내 반일정서를 자극했다. 한국에서는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미봉했던 과거사 문제를 온전히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했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3월 한국 주도의 ‘제3자 변제’ 해법을 내놓으며 돌파구 마련을 꾀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일단 과거사 갈등 국면을 봉합하고 협력 궤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정부 해법을 반대하는 피해자들이 있고 여론도 엇갈리는 등 불안정성이 남아 있다.
강제징용 해법 도출 과정에서 기시다 내각이 김대중·오부치 선언에도 담긴 사죄·반성을 결국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일본의 후퇴한 역사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양국 앞에 놓인 과제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본령을 계승하는 동시에 한일관계 현실과 국제 환경 변화에 맞는 새 비전을 모색하는 것이다. 우선 선언에 담긴 과거사 반성과 한일 상호존중의 정신이 더 후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세대 교육 등을 통해 역사 인식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관리해 나갈 필요성도 있다.
최근에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잇는 새로운 한일 정상 공동선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는 2025년이 새로운 한일관계 비전 문서를 도출할 유력한 시점으로 꼽힌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에서도 양국 안보 협력을 후퇴시키지 않는 관계를 바라는 의견은 공통되지만, 새로운 선언에 대해서는 관망하는 자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실제 선언을 정리하면 1998년 공동선언 문구를 어떻게 계승할지 논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선언에 포함된 반성이나 사죄 같은 문구를 반복하는 데 대해 일본 집권 자민당 일부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강하다.
닛케이는 한국에서도 야당 일부 세력이 윤 정권의 대일 정책을 비판하고 있어 내년 4월 총선에서 여당이 패하면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조율하기가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아사히신문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강한 신뢰 관계를 배경으로 제2의 공동선언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양측에서 나오기 시작했다”며 “내외의 변화를 고려하면 새로운 시도는 의의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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