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메신저 메디TALK] 난청 방치하면 우울증·치매 위험 커진다
◆ 건강메신저 메디TALK ◆
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고, 이가 빠지면 임플란트를 한다. 안경과 임플란트를 꺼려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삶의 질을 높이는 도구로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마찬가지로 청력이 떨어지면 보청기를 사용해 더 잘 듣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안경이나 임플란트와는 달리 '보청기'라고 하면 손을 내젓는 경우가 흔하다. 심각한 장애를 가진 사람만 사용하는 특수하고 불편하고 부끄러운 기기로 생각하는 것이다. 난청은 단지 TV 소리가 잘 안 들리고, 대화가 불편한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귀가 안 들리면 집중력이 떨어지며, 대화가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사람과의 관계도 멀어진다. 궁극적으로는 우울증을 부르고 치매로까지 연결된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연구진이 치매가 없는 36~90세 성인 639명을 12년간 추적해 난청이 치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경도 난청이 있는 경우 치매 발생률이 정상 청력의 약 2배에 달했고, 중등도 및 중고도 난청은 3배로 높아졌다. 고도 난청 환자의 치매 발생률은 5배까지 치솟았다. 경도 난청은 속삭이는 소리를 잘 듣지 못하며, 중등도 난청은 일반적인 대화 소리를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청력이 나빠진 상태다.
난청 환자들도 보청기를 쓰면 가족·친구와 대화를 큰 불편 없이 할 수 있게 된다. 자연히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고 치매 유발 인자로 꼽히는 우울증도 예방할 수 있다. 보청기 사용 후 3개월이면 우울감이 줄고, 인지 기능도 향상되기 시작한다.
난청은 청신경이 퇴화해서 생기는 것이라 근본적으로 치료할 방법은 없다. 유일한 해결책이 보청기로 소리를 되찾는 것이다. 음향 기술이 발달하면서 보청기도 요즘 유행하는 무선 이어폰 못지않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난청 환자마다 음역대별로 안 들리는 정도가 다른데, 환자 맞춤형으로 필요한 만큼 소리를 증폭시키는 게 가능하다. 이어폰에 많이 적용되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더해져 지하철이나 대중식당 같은 소음이 큰 상황에서도 전보다 잘 들을 수 있다.
보청기는 이어폰처럼 귀 안에 완전히 들어가 겉으로 전혀 드러나지 않는 것부터 머리카락으로 가려질 정도의 작은 보청기, 안경형 보청기까지 다양하다. 안경형은 안경 다리에 보청기가 장착돼 있어 겉으로 봐서는 보청기인지 알 수 없다. 귀에 꽂지 않고 귓바퀴에 걸어서 쓰는 골전도 이어폰과 같은 원리로 소리를 전달한다. 보통 난청인은 가급적 작은 보청기를 선호하는데, 작을수록 보기에는 좋지만 편의성 면에서는 그렇지만도 않다. 보청기가 작으면 보청기 삽입이나 제거, 음량 조절, 충전, 배터리 교체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잃어버리기도 쉽다.
귀의 상태와 용도에 맞는 보청기를 제작했다면 적응 과정이 필요하다. 보청기로 증폭된 소리는 자연의 소리와 약간 차이가 있고, 여러 소리 중에서 말소리를 구별해 들어야 한다. 처음에는 조용한 곳에서 하루 1~2시간 정도 사용하고, 이후 4~6시간까지 점차 늘려 가며, 약 4~12주 정도 적응기가 지나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청력은 조금씩 변하기 때문에 보청기도 그에 맞춰야 한다. 보청기 자체를 바꿀 필요 없이 일 년에 한두 번 청력검사 결과에 따라 증폭장치를 미세하게 조정(fitting)하면 된다. 보청기를 사용하는 사람과 대화할 때는 작은 배려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되도록 소음이 적은 곳에서 얘기하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얼굴을 보면서 말하고, 무조건 크게 말하기보다는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하면 보청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훨씬 듣기 편해진다.
앞을 잘 보려고 안경을 쓰면 정기적으로 시력검사를 해서 도수를 조절해야 한다. 다초점 렌즈는 적응에 시간이 걸리고, 온도 차가 나면 렌즈에 김이 서리는 등 소소한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보청기도 비슷하다. 소리를 잘 듣기 위해 어느 정도의 불편함만 참으면 일상에서 거부감 없이 내 몸의 일부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상덕 원장 (하나이비인후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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