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4년…골프장 캐디도 피해 인정받다

김해정 2023. 10. 8. 16: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시행된 지 4년째, 법 적용 대상과 가해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8일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 관련 대법원·하급심 판례 87건을 분석한 '2023 직장 내 괴롭힘 판례 분석 보고서'에서 법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 노동자 등에 대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실을 인정하는 추세라고 풀이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멈춰, 직장갑질 ]직장갑질119, ‘직장 내 괴롭힘’ 판례 87건 분석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시행된 지 4년째, 법 적용 대상과 가해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8일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 관련 대법원·하급심 판례 87건을 분석한 ‘2023 직장 내 괴롭힘 판례 분석 보고서’에서 법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 노동자 등에 대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실을 인정하는 추세라고 풀이했다. 법률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 바꿔 말해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 특수고용·프리랜서 등과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논란이 있었다.

그럼에도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골프장 캐디, 승선근무 예비역 등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인정했다. 실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군 복무를 대체하는 승선근무 예비역으로 선박에 승선(3년 의무 근무)했던 ㄱ씨가 선배로부터 괴롭힘을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2018년 사건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직무상 사망”이라고 판시했다. ㄱ씨는 승선근무 예비역으로 근로기준법 대상이 아니지만, 법원이 그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인정한 것이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도 지난 2월 대표적인 특수고용직인 골프장 캐디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실을 인정하며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사람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면 그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자일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도 직장 내 괴롭힘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 이다.

또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은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 임금 체불에 항의하는 관리직원 2명의 대기발령을 관리업체에 요구한 사건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보고서에선 “괴롭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선례”라고 해석한다.

‘갑질 상사’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도 잇따랐다. 서울행정법원은 2021년 2월 성차별적 폭언을 하고 직원에게 볼펜을 집어던진 상사에 대한 해고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지난 2월 수원지법도 8개월에 걸쳐 피해자에게 언어적 성희롱을 한 가해자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거나 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도 법원은 사업주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장종수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괴롭힘은 법이 정한 범위에서만 일어나지 않고 보호받지 못하는 비근로자에게도 발생한다. 법원이 법 적용 대상 근로자뿐만 아니라 캐디와 승선근무예비역 등 비근로자에 대한 괴롭힘을 인정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이제라도 사각지대를 없애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