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다, 모두 실망시켰다" 좌절한 커쇼…왜 동료들은 '역대 최고 투수'라 다독였을까

김민경 기자 2023. 10. 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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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이튼 커쇼.
▲ 무너진 클레이튼 커쇼.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정말 실망스럽고 부끄럽다. 모두를 실망시킨 기분이다."

클레이튼 커쇼(35, LA 다저스)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좌절감을 이야기했다. 커쇼는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해 ⅓이닝 35구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6실점 난타를 당하고 조기 강판됐다.

아무리 가을에 약한 커쇼라지만, 해도 너무 한 투구 내용이었다. 커쇼는 이날 전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38경기(선발 31경기)에 등판해 13승을 거두면서 12패를 떠안았다.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은 4.22로 높다. 커쇼의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통산 평균자책점 2.48을 크게 웃돈다. 2011, 2013, 2014년까지 3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하고, 2014년 MVP까지 차지한 메이저리그 역대 최정상급 좌완이지만 포스트시즌에는 항상 의심의 눈초리를 샀던 게 사실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1차전 선발투수로 커쇼를 내세우면서 "최근 한 달 이내 최상의 컨디션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몇 주 전만 해도 커쇼의 왼쪽 어깨 상태가 100%가 아니라 걱정을 샀는데, 로버츠 감독은 커쇼를 향한 강한 믿음을 보였다.

커쇼는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선두타자 케텔 마르테에게 2루타를 허용하면서 불안하게 출발하더니 무사 2루에서 코빈 캐롤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0-1 선취점을 뺏겼다. 이어 토미 팸에게 안타를 내줘 무사 1, 2루 위기가 계속됐고, 크리스티안 워커에게 좌월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아 0-2가 됐다.

계속된 무사 2, 3루 위기에서 가브리엘 모레노에게 좌월 3점 홈런을 얻어맞으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5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면서 5실점했으니 치명상을 입을 만했다. 커쇼는 6번타자 루데스 구리엘 주니어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겨우 1아웃을 잡았지만, 더는 마운드에서 버티지 못했다. 알렉 토마스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에반 롱고리아에게 중월 적시 2루타를 뺏겨 0-6이 됐다.

▲ 3점 홈런으로 클레이튼 커쇼를 완전히 무너뜨린 가브리엘 모레노.
▲ 클레이튼 커쇼

결국 로버츠 감독은 커쇼의 공을 빼앗아 에밋 쉬핸에게 넘겨줬다. 1회부터 마운드에서 내려오게 된 커쇼는 다저스 홈팬들의 야유를 들어야 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커쇼는 푹 숙인 고개를 들지 못하고, 한쪽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괴로워했다.

커쇼는 경기 뒤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정말 실망스러웠고 당황했다. 1차전에서 호투를 펼칠 것으로 예상했던 조직 구성원 전체를 실망시키는 기분이었다. 정말 난처했다"며 답답했던 심경을 밝혔다.

구위 자체가 좋았을 때보다는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저 운이 안 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직구(17개), 슬라이더(14개), 커브(4개)를 섞어 던졌는데, 직구 최고 구속이 91.2마일(약 146.8㎞)에 그쳤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은 '커쇼의 슬라이더는 평소처럼 깊지 못했고, 그의 커브는 평소보다 밋밋했다. 그의 직구는 타자들의 헛스윙을 전혀 끌어내지 못했다'고 평했다.

애리조나 선발투수로 나선 메릴 켈리는 포스트시즌 데뷔전에서 6⅓이닝 무실점 호투로 첫 승을 챙긴 뒤 "솔직히 나는 그 순간(1회 6득점 상황)을 즐기려 했다. 우리 타자들이 우리가 살면서 지켜본 역대 최고 투수 가운데 한 명을 무너뜨리는 장면을 지켜봤다"고 이야기했다. 애리조나도 커쇼가 이 정도로 무너질 줄은 몰랐던 눈치다.

▲ 클레이튼 커쇼

하지만 다저스 동료들은 그런 커쇼를 감쌌다. 커쇼의 공을 직접 받은 포수 윌 스미스는 "커쇼를 보라, 그는 틀림없이 역대 최고 투수 가운데 한 명이다. 하지만 커쇼도 사람이다. 커쇼도 실수를 한다. 나는 커쇼가 며칠 안에는 (원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1루수 프레디 프리먼은 "다음에 커쇼가 다시 마운드에 오르면 우리는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커쇼가 다시 마운드에 오르길 바란다"라고 힘을 실어줬다.

로버츠 감독은 커쇼가 예정대로 4차전에 선발 등판한다고 못을 박았다. 로버츠 감독은 "오늘(8일) 커쇼의 공을 보면 구속도 그렇고 그를 잘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구위 자체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몇 가지 실수를 애리조나 타선이 잘 공략했을 뿐이다. 커쇼는 4차전에 등판한다"고 밝혔다.

결국 커쇼는 커쇼라는 게 로버츠 감독과 다저스 동료들의 생각이다. 커쇼는 그 믿음에 보답하는 일만 남았다. 그는 "포스트시즌을 시작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는 여전히 만회할 기회가 남아 있지만, 내가 그런 식으로 시리즈를 시작해서는 안 됐다"고 자책하며 팀이 만회할 기회를 찾을 수 있길 바랐다.

▲ 클레이튼 커쇼는 경기 내내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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