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원 꿈은 물거품으로"…건설업자 배만 불린 양산 석계산단 지역민들의 울분
가계약금 못 맞춘 주택조합, 300여 주민에 2000만원씩 받고는 해체
석계산단 법인, 부지 민간업체에 400억 안팎 매각 과정 '의문투성이'
[헤럴드경제(양산)=임순택 기자] 경남 양산 상북면 석계리 일대에 대규모 브랜드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특정 업체의 이익을 위해 애꿎은 지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시행사는 지난 2021년 1단지 1300여 세대를 완판한 데 이어 올해 하반기에 1100여 세대 분양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산단 바로 옆에 건립되는 부지 조성에 대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얘기가 잇따르고 있다.
해당 아파트 부지는 2017년 산단 근로자들을 위한 주거시설 마련이라는 취지로 용도변경 됐으나, 여러 곡절 끝에 결국 민간 건설사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면서 특정 건설업체의 배만 부르게 한 셈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8일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산에 본사를 둔 A 건설업체는 올해 하반기에 양산 상북면 석계리 일대에 대기업 건설사를 시공사로 내세워 2차 단지에 대한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공사의 이름을 딴 해당 아파트 건립사업은 지난 2021년 1단지 분양에 이어 지난해에 2차로 추진됐지만, 급격한 경기 침체 등으로 지금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이곳은 1~2단지 세대를 합하면 2500세대 규모로 미니 신도시급이다. 산단에 붙어있는 지형적 단점에도 불구하고 경부고속도로 구서동 요금소에서 10분대 거리에 있는 교통요충지에다 주변 도시철도 노선 등 편리한 생활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산 근교의 최적의 '베드타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당초 일반산단으로 조성됐던 부지가 수년 전 돌연 아파트 부지로 용도 변경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 일들로 인해 인근 지역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아파트 부지로 잠식된 석계2일반산업단지는 나동연 양산시장이 첫 단체장에 당선된 다음해인 2011년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당시 자연훼손과 환경오염을 이유로 내세운 주민들이 반대를 무릅쓰고 태영건설과 업무협약을 맺고서 2015년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경남도는 그해 산업단지계획을 승인·고시했다.
산단 조성 승인을 받은 지 4년 만에 2018년 연말 준공 승인을 받은 석계산단은 민·관합동개발방식으로 조성됐는데, 석계산단 주식회사의 지분은 양산시와 태영건설, 경남은행 등이 나눠가졌다.
이렇게 출발한 석계산단 법인은 당초 2015년에 입주기업 근로자의 주거시설 마련과 인근 주민들을 위한 체육공원 조성이라는 명목으로 지역주택조합과 토지 매매를 위한 협약을 맺었지만, 이는 주민들을 옭아매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는 석계산단 법인과 정식 계약도 맺지 않은 채 주민 900여 명으로부터 조합원 신청을 받기 시작했고, 이들 중 300여 명은 평균 2000만 원씩 청약금 명목으로 냈다가 산단 계약금을 결국 맞추지 못한 추진위원회 측으로부터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경남도는 2017년 정식으로 지역주택조합과 석계산단 법인 사이에 매매계약 협약을 체결했던 해당 부지(석계1산단 후보지)에 대한 '석계2산단 계획 변경안'을 최종 승인하게 됐다.
당시 '석계2산단 계획 변경안'은 11만5390㎡ 규모의 석계1산단 후보지를 2산단 배후단지에 포함시켜 산단 배후도시로 조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산단 후보지에는 5만3720㎡ 규모의 아파트 부지와 2만3973㎡의 체육시설 부지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후 혐오시설을 떠안은 주민들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추진됐던 석계산단의 배후 용지는 330억~400억 원대에 민간 기업에 넘어가게 되는데, 그 속사정이 모두 베일에 가려져 있다.
확인되는 부문은 석계산단 법인이 지난 2018년 인천에 본사를 둔 J화물업체에 350억 원 안팎에 석계1산단 후보지(석계2산단 배후단지)를 매각했고, 이 부지는 다시 2021년 A 건설업체로 넘어가게 된다.
이 부지를 400억 원 안팎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A 건설업체는 양산시가 지역주택조합 측에 내준 조합원 모집 신고서의 효력 취소를 바탕으로 2021년 4월 1단지 1368세대를 완판했다.
뿐만 아니라 A 건설업체의 계열사는 지난해 2단지(2차) '두산위브더제니스양산' 분양을 준비하던 막바지 단계에서 일단 보류한 뒤 올 하반기 분양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석계 주민 A씨는 "석계산단 법인은 주민들에게 인심을 쓰듯이 가계약까지 해놓고 일언반구도 없이 민간업자에 수백억 원을 받고 넘기는 철면피 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A씨는 이어 "300여 지역민이 주택조합원의 꿈을 안고 저마다 1000만~3000만 원의 생돈을 모아 석계산단 법인에 바쳤지만, 결과적으로 건설업자들에 뒤통수를 맞는 꼴이 됐다"면서 "석계산단 법인에 지분을 갖고 참여한 양산시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시행사와 기존 조합원 간의 중재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ookj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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