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석유파동 50년 만에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국제 유가 촉각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하면서 중동 지역의 불안이 국제 유가를 더 끌어올릴 것인지에도 촉각이 쏠리고 있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감산 연장 조치로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전쟁 영향까지 겹치면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하는 등 세계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6일(현지시간) 전장보다 0.58% 오른 82.7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9월 말에는 배럴당 90.79달러까지 올라 전월 말 보다 8.6% 상승하는 등 변동성 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연말까지 글로벌 원유 공급 부족으로 국제유가 강세가 이어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 산유국의 감산 연장에 따른 공급 부족 불안 등으로 최근 오름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여기에 예기치 않았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사이에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가격 변동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안 그래도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이슈로 국제유가 전망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미국·이스라엘과 다른 중동 국가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원유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가격 상승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전쟁이 발생한 지난 7일(현지시간)은 1970년대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제4차 중동 전쟁 50주년 다음 날이었다. 1973년 10월 제1차 석유파동은 1970년대 인플레이션의 트리거(도화선)가 됐다.
전쟁은 1973년 10월6일에 시작했고 이란·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부다비·카타르 등 페르시아만의 6개 석유수출국은 그 해 10월1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원유 가격을 17% 인상해 배럴당 3.02달러에서 3.65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매달 원유 생산량을 5%씩 줄이고 미국 등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국가에는 원유를 공급하지 않는 금수조치를 결정했다.
이런 조치가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는 1970년대 초반 배럴당 2~3달러 수준에서 1974년 배럴당 12달러까지 급등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1973년 8월부터 1974년 1월까지 유가는 배럴당 3.1달러에서 11.6달러로 8.5달러가 오르며 상승률이 274%에 달했다. 연준은 금수조치가 해제된 이듬해 3월 이후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5%까지 치솟자 1974년 7월 기준금리를 연 13.0%까지 올렸다.
50년이 지난 이번에도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일 긴급연설에서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한다”면서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어떤 세력도 이번 전쟁을 기회로 이용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전쟁이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50년 전처럼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자비어 블라스 블룸버그 에너지·원자재 담당 칼럼니스트는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일제히 공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원유 수요가 1973년처럼 급등하는 상황이 아니며,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가격을 내릴 만큼의 (원유) 여유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악관이 중동 긴장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전략비축유(SPR)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1973년과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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