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찾은 日 거장 고레에다 “‘괴물’, 어른은 무얼 할 수 있나 묻는 영화”

최민지 기자 2023. 10. 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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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지난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 초청작 <괴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괴물>은 두 소년으로부터 버려지고 남겨진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떤 것을 생각해야 하는가를 질문하는 영화입니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작 <괴물>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괴물>은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섹션 초청작으로 이날 처음 국내에 공개됐다. 고레에다 감독은 주연 배우인 쿠로카와 소야(14), 히이라기 히나타(12)와 부산을 찾았다.

<괴물>은 초등학교 5학년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가 이상행동을 보이자 어머니 사오리(안도 사쿠라)가 담임 교사 호리(나가야마 에이타)의 학대를 의심하면서 시작된다. 사오리가 찾아간 학교는 무성의한 사과만 반복한다. 어른들의 눈에 미나토의 행동과 마음은 묘하기만 하다. 작은 오해와 사소한 거짓말이 켜켜이 쌓이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괴물>은 <아무도 모른다>, <어느 가족> 등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일본 사회의 그늘을 비춰온 감독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되는 작품이다.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시선 역시 그대로다. 다만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를 그렸던 감독의 전작과 달리 한 사건을 각 인물의 시선에 따라 세 번에 나눠 그리는 전개 방식을 취한다. 처음 사오리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영화는 교사 호리를 거쳐 미나토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로 시점을 옮긴다. 관객은 극중 인물들의 오해와 이해의 과정을 그대로 체험하게 된다.

“이번 작품에는 제가 평소 써왔던 시나리오에 없는 요소가 많습니다. 등장인물과 같은 시선으로 관객이 체험하게 되는 구조가 그 중 하나죠. 관객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장면이 계속 나오는데, 보다 보면 우리 어른들이 이 소년들을 궁지로 몰아갔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 부분이 사카모토 유지 작가답다는 생각을 했고 기술적으로도 아주 훌륭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 초청작 ‘괴물’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배우 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 연합뉴스
11월 국내 개봉이 예정된 고레에다 감독의 신작 <괴물>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괴물>은 일본의 거장 세 명이 함께 작업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각본은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드라마 <최고의 이혼> 등으로 유명한 사카모토 유지가 썼고, 이를 고레에다 감독이 연출했다. 데뷔작 <환상의 빛>(1995)을 제외하고 모든 작품의 각본을 직접 써온 고레에다 감독은 오랜 만에 타인의 각본을 영화로 만들었다. 사카모토는 지난 5월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사카모토 유지 작가와는 언젠가 함께 작업하자는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 마음 속에 일어나는 일, 그리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관심사의 방향이 저와 굉장히 가깝고 닮아있다고 느꼈습니다.”

영화 음악은 올해 초 세상을 떠난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맡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눌 기회는 없었지만 제가 편지를 보내면 음악이 오는 식으로 만들어나갔다”며 “그와 주고 받은 편지와 음악은 정말 값지고 귀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 후반부의 음악실 장면을 작품의 백미로 꼽았는데, 이 역시 세 거장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사카모토 작가의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이 영화는 이 장면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촬영 뒤) 편집된 영상을 사카모토 류이치님께 보여드리니 이 장면의 소리가 너무 좋다며 ‘내 음악이 이 소리를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보내주셨어요. 무척 기뻤습니다.”

안도 사쿠라, 나가야마 에이타 등 배우들이 든든한 환경을 조성하는 가운데 두 아역은 성인 못지 않은 연기력으로 관객을 감탄시킨다. 고레에다 감독은 오디션을 통해 두 배우를 선발했다며“다른 배우와 비교해 두 사람이 월등하게 빛났다. 캐스팅에 고민이나 갈등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미나토 역의 쿠로카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말하지 않음으로서 착각하거나 마음이 엇갈리는 경우가 있다. 영화를 보면서 역시 마음을 전하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요리 역의 히이라기도 “보는 시각이 달라지면 (같은 사건도) 이렇게나 달라보인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괴물>은 올해 11월 국내 개봉 앞두고 있다.

부산 |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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